젓가락 달인 돌개바람 32
유타루 지음, 김윤주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어린이들과 청소년들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일을 했다. 그 때, 나름 많은 책을 읽었다. 당시 고민했던 것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좋은 책은 어떤 것일까? 였다. 함께하는 아이들이 가장 재미있어하고, 스스로 많이 찾아 읽던 책은 <마법 천자문>이었다. 구비된 <마법천자문>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낡아졌다. 어른인 내가 좋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며 권면해준 책을 아이들은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책을 읽는 동기와 관심사, 취향, 관점, 주제와 소재를 풀어내는 방법과 내용에 따라 어른인 나와 반응점이 달랐기 때문이다.

책 읽던 습관이 남아있어 요즘도 자주 어린이전용도서관에 간다. 책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이 여간 귀여운 게 아니다. 그 아이들 손에 들려 있는 게 궁금하여 가까이 가본다. 여기저기 구석구석에 어떤 책을 읽다 두고 갔는지 살펴본다. 학습용 만화책이다. 지명도 있는 출판사에서 나온 창작동화나 내용 좋은 비문학도서들은 한 번도 손길이 닿지 않은 듯 책장에 꽂혀있는 것이 장식용처럼 보이기도 하다.

이런 경험들은 나에게 생각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에게 흥미와 재미를 주면 좋은 책일까? 아이들이 많이 읽는 책이 과연 좋은 책일까? 창작동화가 과연 만화보다 아이들에게 재미와 흥미를 줄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 어린독자의 흥미와 재미를 주는 아동문학, 청소년문학 작품이 있을까? 난 아동문학과 청소년문학이 만화보다 더 재미있고, 흥미를 주기를 바라는 사람 중에 하나이다. 우리나라엔 아직까지 그런 작품이 나오지 않은 게 아쉬울 따름이다. (언젠가는 꼭 나오리라 믿는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줘서 책을 골라 읽게 하는 것이 과연 얼마만큼 타당할까? 어린이들에게 좋은 책은 꼭 재미만을 주는 책은 아닐 것이다. ‘재미’를 느끼는 지점이 사람마다 다르기에.

내 나름대로 좋은 책을 정의해 봤다. 어린 독자들에게 깔깔거리는 재미를 주지 못하더라도 꼭 읽어봐야 할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와 내용이 독창적으로 잘 풀어낸 작품이 아닐까한다. 저학년 책일수록 지식과 생각보다 마음의 영역인 감정과 정서에 초점을 풀어내어 공감력을 확보하는 게 좋은 작품이라 나름 정의를 내려 봤다.

그렇다면 유타루의 <젓가락 달인>은 어떤 책(작품)일까?

젓가락 달인이 되어서 선생님이 상품권을 거머쥐고 싶은 우봉이의 마음을 큰 서사 없이, 비슷한 에피소드의 열거(우봉이 젓가락질 연습하는 것)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젓가락질 잘하기 위해 피나게 고군분투하는 유봉이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이 짧은 저학년 동화 안에는 (어린 독자들에게 읽혀질지 모르지만) 가볍지 않은 생각해봐야 거리들이 숨어져있다. 김주은이네를 통해 다문화가족문제, 우봉과 할아버지의 관계를 통해 세대 간의 갈등과 소통 문제, 손가락으로 밥을 먹는 주은이네 엄마 이야기를 통해 전통문화와 타문화의 관계성을 말하고 있다. 또 포크질에 익숙한 현대 어린이들에게 옛 전통적인 방법인 젓가락질을 가르치는 것 또한 현대문화와 옛것들의 충돌을 생각해 보게 하는 큼직한 생각 거리들이다. 우봉이의 고군분투 노력하는 모습은 경쟁해서 최고가 되고자 하는 요즘 어린이들의 풍토도 드러내고 있는 듯 하다.

유타루의 <젓가락 달인>은 저학년 동화이지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그만큼 의미와 가치가 크다. 이 시대의 어린이들이 꼭 읽어봐야 할 가치 있는 좋은 책이다. 우봉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알 수 없는 열려있는 결말이 무척 독창적이다. 하지만 저학년 어린이들의 감정과 정서에 얼마만큼 다가가 공감력을 확보할 것인지 고민하게 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