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우산마을 알맹이 그림책 32
김동현 외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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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졸업 이후 어린이들 글쓰기 지도를 했다. 입에 풀칠을 하고 살아야 했기에 특별히 재주가 없던 나는 학교졸업과 함께 방문지도 교사를 하면서 어린이들과 친숙하게 됐다. 그 시절은 비교적 지금처럼 지식로봇과 같은 아이들을 찍어내지 않았다. 아이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고 공유한 그 동심을 글로 표현하고, 함께 기뻐했다. 어린 시절 받고 싶었던 그런 따뜻함을 어린이들에게 흘려보냈다. 벌이는 그리 신통치 않았고, 발품을 파는 피곤함이 있었다. 하지만 신나고 재미있었다. 4-5명이 함께 그룹으로 글쓰기 공부를 했다. 수업 10여분을 남겨두고 끝말잇기를 하거나, 재미있는 이야기 잇기를 했다. 어린이들은 끝말잇기를 좋아했다. 무슨 낱말을 말할 것인지, 다음에 나올 단어를 미리 예상하면서 생각을 해냈다. 짓궂은 녀석은 다음 낱말을 아예 이어가지 못하도록 사슴이라고 툭 내뱉아 더 이상 생각해 수 없게 게임을 끝내게도 했다. 이야기는 이야기 구조와 개연성과는 전혀 상관없었다. 시작한 어린이가 한 명의 주인공이 등장시키면 다음으로 넘겨받은 어린이가 어느새, 서너 명의 인물이 등장시켜 엉뚱한 이야기로 만들어버렸다. 공간도 서에 번쩍, 동에 번쩍 이동시켰다. 인물 성격도 착한 놈이 나쁜 놈 되고, 나쁜 놈이 착한 놈이 됐다. 이야기가 뒤죽박죽 엉키고, 설키게 돼버렸다. 어린이들은 그것을 더 재미있어 했다. 일정한 틀과 방식, 룰과 규칙을 제멋대로 벗어나 버리는 그 통쾌한 재미에 깔깔거리며 웃어댔다.

<행복한 우산 마을>을 읽으면서 어린이들과 함께한 그 순수한 동심의 순간을 다시 경험할 수 있었다. 40살이 훌쩍 넘은 여섯 명의 저자가 우산 이라는 매개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것과 그림 또한 유치원생이나, 초등 1학년쯤 된 어린이들이 그린 것 같은 어설픈 그림들이 그러한 인상을 받게 했다. 어린 아이인척하며 그림을 그려낸 기성냄새가 나지 않고, 40살이 넘었다하지만 아직도 내면의 어린 아이가 생생하게 살아있어, 그 어린아이가 그린 거 같은 풋풋하고 신선한 느낌을 줬다. 게다가 그 어설픈 그림마다 그린이의 특색과 개성이 잘 묻어있어 보는 재미를 한층 높여줬다. 또 이야기 전개가 산으로 가지 않기 위해 무척 애쓴 부분이 보이기에 설핏한 웃음이 났다.

우산이 필요한 행주, 인섭, 복남, 혜숙, 지혜, 동현에 강아지 복실이가 우산을 전해준다. 다리가 불편한 행주는 을 때 우산이 필요하고, 복남이는 높은 곳에 집이 있기에 집을 내려오기 위해 우산이 필요하다. 국가대표 배드민턴 선수 혜숙이는 라켓으로 사용하기에 필요하다. 지혜는 바깥에 나오면 얼굴이 뜨거워져 우산이 필요하다. 유일하게 비디오 가게를 하는 동현이만 우산이 필요 없다. 그래서 복실이가 우산을 가져다주면 소리쳐 쫓아낸다. 어찌 보면 우산이 필요 없는 동현이가 악당처럼 비춰줄 수 있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체인 강아지 복실이 시선에서는 자신의 도움을 거절하는 부정적인 인물이다. 그러니 이야기 전개상 동현이가 혼쭐이 나는 정도로 갈 수 있을 테다. 하지만 예상을 비켜간다. 오히려 복실이가 아파 부재한 사이 동현이가 많이 가지고 있는 우산을 다른 사람과 나눈다. 동현이네 함께 모이는 것이 잦아지자 사람들은 서로 더 가까워지고 함께 저녁밥을 해먹기까지 한다. 잔치가 이어지고 모두 행복감을 느낀다. 나쁜 놈이 착한 놈이 된다.

이 이야기의 끝은 마치 백석의 <개구리 한솥밥>과 같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은 개구리네서 소시랑게, 방아깨비, 쇠똥구리, 하늘소가 함께 한솥밥을 해먹는 것과 닮아있다. 강아지 복실이가 아픈 것이 오히려 화가 아닌 복이 됐다. 복실이는 힘들게 우산을 나르지 않아도 되고, 우산이 필요한 무엇인가가 결핍된 등장인물들은 함께 모이므로 외롭지 않게 됐다.

몸이 불편하든,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든 완전한 사람은 없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함께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마을을 이루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동현이처럼 우산이 필요없어 버럭 화를 내는 사람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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