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에게 돌개바람 31
이여누 지음, 배현정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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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에게

 

이여누 지음/배현정 그림/바람의 아이들

 

바람의 아이들 책들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비밀에 쌓인 식재료 비법이 있는 듯, 바람의 아이들 출판사 레시피로 만들어진 책들은 하나같이 독특한 맛과 향이 있다. 한 번은 비틀어놓는 듯, 기이한 문양이 있는 이야기 그릇 속에 톡톡톡 씹히는 캐릭터 알갱이들. 새롭고, 낯선 양념들이 솔솔 뿌려진 맛. 서점이나 도서관 책꽂이에서 바람의 아이들 책을 만나게 되면 냉큼 꺼내 맛을 음미하게 된다.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고나할까? 책의 겉피나 내지가 명품 장지갑처럼 급스럽지 않더라도 그 내용만은 최고급 와인처럼 향기롭고,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래서 바람의 아이들 출판사 작품을 좋아하고, 이 출판사에서 출간한 작품들을 신뢰하게 됐다.

이번 단편집 <작은 나에게>에도 동일한 기대를 하며 서평단을 신청했고, 책 오기를 기다렸다. (조금 늦게 와서요.^;;)

받아서 읽은, <작은 나에게>는 이런 기대감에서 약간 벗어나게 하는 책이었다. 아동문학에서 ‘문학’적 특징은 작품의 독창성을 통해 증명되고, ‘아동’은 친숙하고, 익숙하고, 공감력 확보를 통해 지켜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람의 아이들 출판사 작품은 ‘아동’보다는 ‘문학’에 좀더 초점을 두고 작품을 만드는 듯 했다. 하지만 <작은 나에게>는 바람의 아이들 출판사의 가장 특장점이었던 독특한 ‘문학적 양념대신 ‘아동’의 뭔가 친숙하고, 익숙한 정서적 공감력에 치중을 둔 작품이라 생각이 들었다.

이 책 안에는 동네 슈퍼 할머니를 긍휼히 여기는 아이, 반장이 되고 싶어 친구 핸드폰을 차마 자신이 훔치지는 못하고, 다른 아이가 훔쳐가도록 방치해 놓는 아이가 등장한다. 또 친구에게 지기 싫어 <샬롯에 거미줄>을 읽고 독후감 대회에 나가는 아이. 엄마가 동생 기저귀를 사러 간 사이 동생을 돌보는 아이. 돈을 빼앗긴 아이가 돈을 뺏는 아이가 되어버린 아이가 나온다. 딸기 우유를 마시면 가슴이 커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딸기 우유를 마시는 아이가 등장한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갈등의 골도 깊지 않고, 한 번쯤은 겪어봤을 이야기들이었다.

새롭고, 낯선 것을 통해 독자를 사로잡기 보다는 읽고는 어른독자는 ‘그래, 나도 어릴 때는 그랬어.’ 어린 독자는 ‘아, 책 속 아이도 나와 비슷하네.’ 하며한 번 씩 웃음 짓게 만드는 작품 중심으로 수록했다. 일관되게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독백처럼 진술하는 단편동화는 아이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잘 포착하여 서정성을 잘 드러냈지만 이 장점이 오히려 아쉬운 점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작은 나에게>는 어떤 지점이 독자에게 호감을 가게 만들까? 뚜껑이 열린 지금 무척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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