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식탁
이병승 외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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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적으로는 부족함 없는 풍요가운데 사는 청소년들. 배고픔과 빈곤이라는 것을 뼈 속 깊게 체험해보지 못한 그들. 하지만 그들은 보릿고개가 있었던 그 시절, 일본의 압제가 있었던 일제강점기를 지냈던 그 시절보다, 6.25를 겪고,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새마을운동을 해야만 했던 그 시절보다 더 불행하다. 불행하다고 단정 지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청소년 자살률 때문이다.

한국 경제발전의 위상이 드높아질수록 자살률은 계속 늘고 있다. 경제가 발전하면 할수록, 한국이 선진국화 되면서 사람은 행복해져야 하는데, 비관의 늪을 헤매며 한강 다리에서 다이빙을 하거나, 높은 아파트 건물에서 번지점프를 해댄다.

청소년들에게 그들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소중한 인격체로 존중해주는 사람은 없다. 그들의 가치는 학교성적과 부모의 사회적 영향력에 의해 매겨질 뿐이다. 사회적 엘리트가 될성부를 나무만이 오직 가치로 인정될 뿐이다. 그 열외의 사람들은 살아있음에 대해 아무리 몸부림쳐대도 쓰레기고, 폐기처분되어야 하는 문제아일 뿐이다. 일류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면, 사람도 아니다. 학교는 더 이상 서로를 존중해주는 공간이 아니다. 일류대학에 들어가려면,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은 모두 경쟁대상이다. 밀어내자. 밀어내자. 땅 끝으로 밀린 청소년들은 어디로 갈까? 땅 끝 다음은 한강다리고, 고층 아파트 옥상이다.

청소년들을 사랑하는 기성세대 입장에서 청소년들이 ‘자살’이라는 단어 자체를 몰랐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들이 밝은 마음으로 소망의 빛으로 이 세대를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더 이상 ‘자살’이란 단어는 청소년들에게 쉬쉬해야할 금기가 아니다. 너무도 친숙하게 바로 내 옆에서 비일비재로 일어나는 사건이 되어버렸다. 그냥 내버려뒀다가는 자살을 마치 컴퓨터 오락정도쯤으로 생각해 버리는 청소년들이 생겨날 거 같다. 이런 우려와 안타까움으로 <조용한 식탁>에 수록된 단편들이 묶여져 있다. <<조용한 식탁>>은 청소년 자살을 소재로 하고 있다. 하지만 자살을 부추기고, 죽음을 고통을 탈출구로 생각하게 만들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자살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이유(학교 폭력, 왕따, 성적비관 등등)를 통렬하게 드러낸다. 또 청소년들의 아픔을 이해와 안타까운 심정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살 얼마나 큰 후회를 만드는지, 자살에 대한 경각심을 청소년들에게 심어주고자 하는 작가들의 따뜻한 시각이 담겨져 있다. 단편집 첫머리에 수록된 <조용한 식탁>은 문학적 완성도도 있으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신선하게 ‘자살’의 어리석음을 그려내고 있다. 또 블로그에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가 악성 댓글에 시달린 아이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 <네가 있는 그곳>이 인상적이다.

청소년들의 괴로움과 고통이 얼마나 큰지 이해한다. 하지만 위로만 받고 그 자리에 주저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의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게 해주는 그런 힘이 있는 작품들도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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