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 단비어린이 그림책 4
카트린 괴퍼르트 글, 마리온 괴델트 그림, 박성원 옮김 / 단비어린이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싫어!싫어!

 

카트린 괴퍼르트 글/ 마리온 괴델트 그림/ 박성원 옮김/출판사 단비어린이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른조차도 분별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옳다고 믿었던 가치들은 어느 순간 낡은 신문조각이 되어 땅바닥에 뒹구는 세상이 되었다. 가정을 가장 소중한 공동체요, 가치로 생각했지만 이젠 가정이 필요악이 되버린 실정이다. 아이들은 가정에서 더 많은 상처를 받고 있고, 성인이 되어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어른들이 성인아동으로 살면서 그 불온전한 인격을 자기 자식에게 그대로 ‘위대한 유산’으로 물려준다. 인테넷과 텔레비전을 켜보면 인성은 파괴되고, 영혼이 사라진 좀비들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소망이 없는가? 다행이다. 기쁘게도 가치를 잃어버린 것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가치를 전달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교훈주의적, 권위주의로 가르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어린들의 감성에 접근을 하여 공감력을 얻어냄으로 저절로 인식체계에 스며 깨닫게 해주는 책이 있기 때문이다. 단비어린이 출판사에 나온 <싫어!>가 그러하다.

 

싫다는 감정은 누구나 갖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유 없는 ‘싫다’는 것은 상대방을 거절하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에 관계 형성에 그렇게 도움이 되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요즘 어린이들은 상대방이 어떤지에 대한 관심보다 자기중심적인 감정표현으로 ‘싫어’라는 말을 많이 한다. 특히 자아가 강해지는 4-6세 어린이들에게 더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일 것이다.

 

 

주인공 파울이 놀이터 의자 뒤편에서 주운 봉투에 ‘싫어’라는 단어가 빛나고 있었고, 서로 나오고 싶어 이리 저리 쿵쿵 부딪힌다. 주인공의 감정이 아닌, ‘싫어라는 감정을 봉투에 들어있는 물건쯤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읽는 어린이들에게 감정을 객관화 시키게 만든다.

‘싫어’소리를 자주 한다고, 잘못했고, 죄책감을 부추기는 윤리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다. 파울이 ‘싫어’라는 거절을 말을 하면서 엄마가 힘들고, 지쳐하는 모습이 보이고, 교통사고도 날 수 있고, 유치원에서 바지에다 오줌을 쌀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주도록 파울의 일상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파울이 스스로 ‘싫어’라는 말을 거절했을 때 봉투 속 ‘싫어’라는 말이 햇살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결말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싫어’의 말을 대체한 별 모양을 좀 더 독창적인 그림으로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또 파울의 얼굴표정이 좀더 생생하게 감정을 읽을 수 있도록 살아있었다면 아는 아쉬움이 있다. 또 타당한 이유 없이 ‘싫어’란 말을 하게 될 경우, 친구, 엄마, 선생님이 어떤 생각과 마음이 드는지 이것에 대해도 좀 더 자세히 그림을 통해 나타내 주었다면 어땠을까?

 

이 책을 통해 어린이들이 ‘싫어’라는 부정의 언어보다 긍정의 언어의 소중함을 익혀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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