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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 희곡 전집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김규종 옮김 / 시공사 / 2010년 11월
평점 :
11월 27일 서강대 메리홀에서 체호프의 연극 <갈매기>를 보다.
생각했던 것에 비해 원작에 충실하게 연출한 연극이었다.

체호프의 단편소설이 절제된 서술을 보여주는 데 비해, 연극은
장르의 특징 때문이랄까, 표현적이며 격정적이었다. 소설은 인물과 사건을 매개하는 서술자가 존재하지만, 연극은 배우들의 대사와 연기를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연행장르이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아르까지나)와 아들(뜨레플레프)로 대변되는 세대간의 갈등은
제정러시아의 시대적 분위기를 감지하게 하면서, 예술 형식에 대한
인정 투쟁의 양상을 상기시킨다.

예술과 현실의 대립 구도에서 예술에 초월적 가치를 두는 세태를
"호숫가를 떠나지 못하는 갈매기"로 상징함으로써, 예술을 어떻게 인식해야 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제시한다. 뜨레플레프가 죽인 갈매기를 바라보며, 뜨리고린은 한 시골처녀를 파괴하는 소설 소재를 착안하는데, 이것은 뜨리고린을 사모하는 니나가 결국 뜨리고린에 의해 유린되고 버려지는 이야기 전개를 통해 실현된다. 죽은 갈매기는 니나였으며, 결국 니나에게 사랑을 다하지 못해 니나를 망쳤다고 자책하며 권총 자살을 하는 뜨레플레프였던 셈이다. 예술은 삶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새삼스러울 거 없는 말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