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신부의 지혜 동서 미스터리 북스 111
G. K. 체스터튼 지음, 박용숙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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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신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탐정의 모습과는 전혀 다 싶을 정도로 어울리지 않는 인물입니다. 키는 작고 외모는 더욱 볼품없는 브라운 신부. 하지만 작은 체구안에 감추어진 냉철한 지성과 추리로 사건을 해결해 나갑니다.

 

<브라운 신부의 지혜>는 길버트 키스 체스터튼의 추리 단편집으로 <브라운 신부의 동심>이후 3년만에 출판된 시리즈 2번째 작품입니다. 초기 추리소설로 이미 고전 중에 고전이 되어버린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무래도 현대적인 입장에서 요즘 세태에 맞는 감각을 요구한다는 것은 좀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고전 추리소설을 읽는다는 마음으로 차분히 작품을 접할 때야만이 이 작품에 대한 호감이 상승할 듯 합니다.

 

브라운 신부 단편 시리즈의 특징은 <의외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독자를 포함한 거의 모든 이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건의 개요나 범인상을 양치듯이 몰고가다 막판에 브라운 신부의 추리로 뒤짚어 없는 의외성이 단편들의 핵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물론 기상천외한 의외성과 반전들이 수를 놓고 있는 현 시대의 미스테리 소설들과 비교하면 무척이나 소박합니다만 초기 추리소설에서 쓰였던 기법들에 대한 향수와 탐구측면에서 봐서는 상당히 의미있고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편집은 생각만큼 진도가 나가지 않는 단점이 있습니다. 제가 곰곰히 생각해 보니 두 가지 이유로 생각됩니다.

 

하나는 작가 <길버트 키스 체스터튼>의 높은 지적 수준입니다. 예술, 문화, 전통, 인간에 대한 그의 사상이 녹아 있는 이 작품은 문체자체가 현대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사건과 관계없는 딱딱한 부분이 많으며 이런 부분까지 이해하고 넘어간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하나는 기술적인 문제인제 지적유희가 많은 이 책을 더욱 알 수 없게 만든 문어체식 번역입니다. 번역을 할 때는 독자들이 술술 읽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는데 이 책의 글은 그야말로 문어체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으며, 읽다가도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 헷갈릴 정도로 어렵습니다. 비단 이 책만 그런게 아니라 동서문화사의 책 대다수가 이런 문제점을 안고 있으니 더 문제입니다.

 

이 책만 놓고 보면 문고본의 한계가 느껴지는데 나중에 추리고전으로 재편집되어 출간된다면 재미있는 고전으로서 상당히 유익한 소장용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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