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숲
스가 히로에 지음, 이윤정 옮김 / 포레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호주만한 크기의 소행성에 인류 구축한 박물관 행성 아프로디테... 음악과 무대을 관장하는 부서인 뮤즈와 회화와 공예를 담당하는 아테네, 동식물을 담당하는 데메테르... 그리고 이 세 부서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학예원 아폴론. 참 기발한 발생이란 생각이 듭니다.

 

때는 근 미래. 따라서 이런 것이 가능해 정도의 질문은 안 해도 됩니다. 이미 인류는 기술적으로 지금보다도 훨씬 뛰어난 하드웨어를 구축했으니 말입니다. 공교롭게도 일본 소설이라 주인공은 므네모시네라는 직접 접속 대응 데이터베이스 컴퓨터를 조정해 사물을 분석하고 부서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다카히로라는 인물입니다.

 

다카히로가 마주하는 일련의 업무들 - 천상의 음악이 들리는 그림, 이름 없는 인형이 간직한 사연, 눈의 기적을 연출하는 피리공연, 영혼을 잃어버린 천재무용가의 은퇴공연, 아름다움을 찾고자 하는 은퇴한 학예원의 소망, 생체시계에 갖힌 사랑의 비밀을 찾는 모험, 인어공주를 사랑하는 동심, 우주에서 전해져온 황금 선율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품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뵈젠도르프 임페리얼 그랜드 피아노와 외계식물이 가르쳐준 사랑의 의미들을 해결해 가는 전 과정이 이 소설의 줄거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소설은 연작 단편 소설이고 저 역시 나중에 해설을 읽고 서야 알았지만 일본 SF매거진에 5년 동안 걸쳐 연재된 단편 소설들을 모아 장편으로 엮은 소설입니다.

 

내용을 엿보면 느낌이 오겠지만 이 소설은 SF소설처럼 미래에서 외계인이 지구인을 죽인다든지 타임트랙을 넘나들며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다든지 하는 것과는 아주 거리가 멉니다. 그렇다고 해서 세기말 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지도 않고, SF의 틀을 빌린 살인사건이나 도난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소설도 실은 아닙니다.

 

이 소설은 완전한 휴먼 드라마입니다. 예술과 인간에 대해 고민하고, 발달되어 가는 기계문명 속에서 정작 사랑이라는 소중한 감정을 잊고 살 수 있는 우리 현 시대 모든 인간들에게 작가가 던지는 따뜻한 메시지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포근하고 따뜻하며 소중한 느낌이 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읽고 난 뒤에 정말 이 책을 선택하길 잘 했다고 스스로 만족했습니다.

 

이 책은 일본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고, 굴지의 상도 받을 정도로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걱정은 다소 되는군요. 차라리 처음 책을 펼때 굳이 미스테리라는 것을 강조하지 않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추리소설로만 생각하고 이 책을 샀다면 틀림없이 실망할 것입니다. 사람들이야 다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가 있기 마련이라 무리도 아닙니다.

 

이 책은 아름다운 휴머니즘을 보여주는 어른들이 보는 동화입니다. 피로 물든 미스테리 여러 편 읽은 독자라면 이 책을 한번 사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