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 블루문클럽 Blue Moon Club
유시 아들레르 올센 지음, 서지희 옮김 / 살림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처음 미스테리 장르를 접할 때 일본과 미국의 소설들이 단연 제 시선을 사로 잡았었는데 요새는 너무도 경쟁력 있는 유럽의 작품들이 제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습니다.

 

두 말이 필요없는 독일 여류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 4편을 비롯해 안드레아스 빙켈만의 <사라진 소녀들>, 스웨덴의 여류 소설가 리사 마르클룬드의 <여기자 안니카 시리즈>, 노르웨이 소설가 요 네스뵈의 <헤드헌터> 등등 돌이켜 보면 무게감과 몰입도 면에서 모두가 후회없었던 걸작들이었습니다.

 

유럽은 일본이나 미국과는 또 다른 향기가 있습니다. 전통과 개방이 공존하는 사회, 빽빽한 침엽수림이 연상되는 특유의 자연환경과 왠지 365일 눈발이 날릴 것만 같은 서늘함 등 배경만 놓고 봐도 참으로 미스테리적인 환경을 잘 갖추고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작품들 대부분이 침착하면서도 강렬합니다. 그리고 모두의 공통점이라면 작가들의 역량이 뛰어나 매우 강한 몰입감을 선물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유럽 미스테리의 리스트에 또 하나의 걸작을 올려놓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읽은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는 덴마크의 소설가 <유시 아들레르 올센>의 작품으로 2012 배리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한 작품입니다. 두툼한 책 두께가 처음부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무척이나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덴마크의 소위 잘 나갔던 여류 정치가 메레티 륑고르의 갑작스러운 실종사건을 수사하는 <특별수사반Q>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경찰소설과 스릴러를 아주 잘 접목시킨 수작입니다. 특히 태만하고 속물적이지만 번뜩이는 감을 가지고 있는 베태랑 형사 칼 뫼르크와 시리아 출신의 과거가 의심스러운 조수 아사드라는 요상하면서도 재미있는 콤비의 멋진(?) 활약상이 잘 그려져 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2002년부터 시작되는 과거와 현재시점인 2007년이 번갈아가며 등장해 마치 사과의 껍질을 조금씩 깎아 내려가는 듯한 기법으로 작품의 몰입도를 높여갑니다. 고통을 선사하기 위해 범인들이 고안한 엽기적인 방법 역시 매우 독창적입니다.

 

'도대체 왜 사라진 거지?' '범인은 누구야?' '과연 그녀는 살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을 던져가며 책장을 바삐 넘기다 보니 두툼했던 책도 머지 않아 결말에 이릅니다. 칼과 아사드는 상당히 납득이 가는 진행과정과 추리를 거쳐 결말에 이르는데 이 부분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주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재미있는 부분은 미스테리 소설이지만 마치 한 일년정도 덴마크에서 살아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덴마크 사회에 대해 공부가 된다는 점입니다. 말 그대로 최상의 사회복지정책이 보장되어 있고, 강력한 경찰노조, 사생활 보호, 합법화된 동성결혼 등 정서적으로는 좀 이해 안가는 부분도 있지만 '이런 곳의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하는 걸 새삼 배우게 됩니다. 근데 이렇게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사회에도 역시 범죄는 있다는 것이 참, 묘합니다.

 

이 소설이 <특별수사반Q>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 무한 기쁨을 느낍니다. 칼과 아사드 콤비가 벌일 2편이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