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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권 ㅣ 제복경관 카와쿠보 시리즈 2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정말 박수를 쳐주고 싶은 작품입니다. 참 잘 써진 소설이고 칭찬받을만 합니다.
<폭설권>은 <사사키 조>의 경찰소설인 <제복수사>의 후속작입니다. 이른바 시모베츠라는 인구 천명남짓한 작은 마을에 단신 부임한 주재소 경관 카와구보 순사장을 주인공으로 한 경찰소설의 시리즈인 셈입니다.
<제복수사>는 단편 연작소설이었던 반면, <폭설권>은 장편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장편의 형식을 빌린 단편소설의 분위기가 짙습니다. 여러개의 지류가 모여 나중에 하나의 하천이 된다고나 할까요?
'하간아레'라고 하는 홋카이도에서만 나타나는 초봄의 대폭설이 일어나는 시기, 수십센티미터씩 차오르는 눈에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도 어려운 오비히로와 시모베츠 일대에서 여러가지 사연을 안은 사람들이 저마다 각각 폭설로 통제된 국도 236호변에 있는 펜션 그린루프로 모여듭니다.
이 사람들이 그린루프로 올때까지의 이야기는 사실 각각의 단편입니다. 모두의 스토리가 흡인력이 굉장히 강합니다. 불륜을 청산하고 싶은 주부, 조폭저택을 턴 무장강도, 가출한 여고생 등 이들의 스토리만 해도 하나의 소설이 될 만 합니다. 그리고 이들 모두는 그린루프에 고립되 인생에서 가장 기억될 만한 밤을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폭설로 도로는 통제되고 이 마을에 남은 경찰은 단 한명 시모베츠 주재소의 경관 카와쿠보 뿐입니다.
이 소설은 폭설이라는 극한 상황을 만들어 넣고 그 안에 밀도 높은 스토리와 점점 고조되어가는 강한 긴장감을 조성하여 엄청난 몰입도를 선물합니다. 그리고 이야기 자체가 굉장히 현실성이 있어 더욱 실감나는 효과를 주기도 합니다.
즉 영미권 소설이나 하드보일드 소설 같으면 카와구보가 시골 경관임에도 불구하고 눈을 뚫고 잠입해서 뭔가 대단한 활약을 하는 모습을 그리겠지만 이 소설은 정말이지 철저히 현실적입니다. 평범함 속에서 자기 분수에 맞는 업무를 하는 카와쿠보이지만 자신의 직분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람보보다 더 멋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사사키 조의 경찰소설은 이런 평범한 재료를 섞에 명품 매운탕을 끓인 것 같은 좋은 맛이 납니다. 전작인 <제복수사>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지만 그의 작품은 실상 따지고 보면 특별한 액션도 없고, 끔찍한 엽기살인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묘한 긴장감과 재미가 있습니다. 이런 것 보고 필력(筆力)이라고 하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