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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플레인스의 성녀 ㅣ 블랙 캣(Black Cat) 16
낸시 피커드 지음, 한정은 옮김 / 영림카디널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예상치 못하게 수준 높은 작품을 읽은 것 같아 기분이 무척이나 뿌듯합니다. 생소한 미국의 여류 작가 <낸시 패커드>의 이 작품은 미스테리 소설계의 권위있는 상인 <애거서상>과 <매커비티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빼어난 역량을 갖춘 완성도 높은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 합니다. 미스테리 작품이지만 거칠거나 폭력적이지 않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여류작가 특유의 섬세함과 깔끔함이 작품 곳곳에서 묻어나오는 듯 하며, 추리소설의 성격 못지 않게 연애소설의 느낌도 상당히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스토리도 무척 흥미로우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다보면 어느새 소설이 끝나 있습니다. 그만큼 몰입도도 꽤 높은 것 같습니다.
이름만큼이나 별 볼일 없는 소도시 <스몰 플레인즈>. 17년전 눈이 휘몰아치는 겨울밤에 사건은 시작됩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녀의 시체.
이 소설의 모든 것이 바로 17년전의 이 한 사건에서 비롯되게 됩니다. 도대체 과연 이 소녀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하지만 작가는 성급하게 이러한 결론을 내리기를 주저하며, 보다 다른 것에 몰두합니다. 바로 이 사건을 통해 서로의 인생길에서 크게 엇갈리고 마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과연 인생은 우리에게 어떠한 선택의 카드를 주는 건지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운명이라고 이름으로 강요되는 카드를 주고 그대로 살아가게 하는 건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떤이는 운명을 개척한다고 하지만 결국 대다수의 사람들은 운명에 역행하지 못합니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 역시 17년 동안 그들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평생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은 17년이 지난 시점에서 조금씩 자신들의 인생의 방향을 송두리째 바꾸어 버린 운명에 저항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17년전의 사건의 실체는 조금씩 알려지게 됩니다. 그리고 의외의 사실까지... 결말은 소설 내내 끌고 다니는 이 사건의 진실과 등장인물들이 치루어야 했던 대가에 비하면 의외로 소박하지만 그래도 후련한 마무리 인 듯 해서 좋았습니다.
미스테리 스릴러이면서도 왠지 깔끔해서 좋았고, 스토리도 재미있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작품이라 평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