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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천 정사 ㅣ 화장 시리즈 1
렌조 미키히코 지음, 정미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꽃과 사랑, 그리고 살인"
이 세가지 요소를 절묘하게 조합한 연작 단편집 <회귀천 정사>는 추리소설이 어느정도까지 아름다워 질 수 있는지 이정표를 알려주는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이는 본격 추리소설과도 약간 다르고, 사회파 추리소설과는 매우 다른 형태의 기묘한 작품형태라 하겠는데 쉽게 말하면 순문학에 가까운 아름다운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작품 전반에 흐르는 꽃에 대한 아름다운 집착에 범상치 않은 살인사건이 절묘하게 엮어져 전체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작품성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스테리 소설의 냉철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이 연작 단편집에 수록된 5개의 단편(등나무 향기 / 도라지 꽃이 피는 집 / 오동나무 관 / 흰 연꽃 사찰 / 회귀천 정사)이 모두가 고른 작품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군계일학처럼 돋보이는 5번째 단편 <회귀천 정사>를 제외하고는 미스테리 부분은 상당히 약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아름다움과 문학성을 위해 미스테리는 잠시 접어둔 듯한 느낌도 있고, 아니면 작품 자체가 상당히 오래 전에 만들어진 관계로 세월이 흐르다 보니 독자들이 느끼는 강도나 기법이 상당히 약해졌을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이 작품을 접하고 난 후 제 느낌은 일본에서 미스테리 문학이 주류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렇듯 여러 미스테리 거장들이 다양한 장르를 접목시키고 발전시킨 힘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장들의 다양한 시도와 노력들이 미스테리 소설이 장르문학이라 소외시되지 않고 모든 문학장르를 압도하는 주류문학으로 거듭날 수 있는 힘이 되었고, 현재 일본 문학계의 커다란 산맥이 형성되었던 것이라고 말입니다.
작가 <렌조 미키히코>는 이 <회귀천 정사>로 34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고, <연문>이라는 작품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하는 등 일본 문학계의 큰 족적을 남긴 작가입니다. <회귀천 정사>는 지금도 그의 대표작이라 불리는데 일본에서는 이 작품이 가장 아름다운 추리소설로 상당한 유명세를 타서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만화, 드라마, 영화 등으로 제작되 소개되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솔직히 서두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미스테리를 고집하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 5편의 단편들이 그렇게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아름답기는 마치 순수문학을 엿보는 것처럼 아름다운 문체와 섬세한 묘사 등이 압권이라 할 수 있지만 미스테리 전개는 다소 눈에 보이는 것이 많아 흥미진진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마지막 작품이자 대표작인 <회귀천 정사>는 아름다움과 함께 의외로 뒷통수를 한 방치는 강렬한 반전이 숨어있어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결국 이 작품에서 고개가 한번 끄덕여지는 정도여서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이 작품을 통해 일본 미스테리의 또 다른 시도를 읽을 수 있었던 점은 매우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