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숲 블랙 캣(Black Cat) 23
타나 프렌치 지음, 조한나 옮김 / 영림카디널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아일랜드의 작가 <타나 프렌치>의 데뷔작인 <살인의 숲>은 처녀작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잘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미스테리 소설로 치자면 상당히 품격있는 미스테리라고나 할까요? 작품 해설을 읽어보니 고딕 미스테리라는 말도 하는데요, 읽으면 읽을수록 진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은 출간되자마자 에드거 상 등 각종 권위의 상들의 신인상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는데 작품의 질로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작품의 배경은 아일랜드입니다. 아시다시피 아일랜드는 영국의 옆에 위치한 섬나라입니다. 아무래도 역사적으로 영국과 많은 분쟁이 있었고, 현재도 섬 북쪽의 일부는 북아일랜드로 영국에 속해 있습니다. 대기근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야했던 뼈아픈 과거도 있구요. 우리에게는 모든 면에서 다소 생소한 나라입니다.

 

이렇듯 생소한 배경은 미스테리 소설을 접할 때 상당한 점수를 따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잘 모르는 나라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 그리고 우리와는 다른 역사,사회,제도 속에서 이 사건조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떠한 결말을 맞이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입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결론은 하나입니다. 바로 인간은 어느나라, 어느인종을 막론하고 무서운 본성을 감추고 있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생명 탄생의 순간에서부터 내려오는 동물의 본능에서부터 지능을 갖으면서 새롭게 생긴 인간의 어두운 본능에 이르기까지...우리는 그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 존재입니다. 귀신이나 유령은 뺨을 백대도 쳐버릴 수 있는 무서운 본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은 이러한 생각을 한층 더 강하게 만들어 줍니다. 상대방을 기만하고 자기 자신마저 속여버릴 정도의 파렴치함으로 한 인간의 인생까지 송두리째 망쳐버릴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이 지구상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책의 제목은 <살인의 숲 - 영어원제는 'In The Wood'>인데 이 것은 주인공 애덤 라이언이 어릴적 겪은 사건에서 시작되어 현재 벌어진 소녀의 살해사건까지 모든 것이 숲을 배경으로 이루어져 붙여진 제목입니다. 하지만 소설의 내용은 사실상 모든 것이 인간에 초첨이 맞추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사건 외에도 주인공인 애덤과 캐시, 그 밖에 주변인물들의 심리상태와 행동방식에서 새로운 갈등을 표출해내어 스토리를 더욱 탄탄하게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소설이 상당히 긴 장편이며, 사건이라고는 달랑(?) 하나밖에 없지만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는 힘이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고 하겠습니다.

 

옥의 티라면 역시 결말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왠지 개운치 않은 느낌. 작품의 완성도는 높였는지 몰라도 독자의 마음은 억장이 무너지는 듯 합니다.

 

그리고 미스테리 사상 최악의 주인공 애덤...보는 내내 이 캐릭터는 너무 답답했습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의 행동방식은 역시 유럽다운데 한국인의 입장으로 봐서는 참 이해 안가는 대목이 몇 군데 있었습니다. 아무튼 묘한 느낌을 받으며 장시간의 독서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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