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환상적인 스토리 라인" 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아름답기도 하고, 때로는 섬뜻하기도 하고, 때로는 열받기도 하는 등 스토리 라인에 흠뻑 젖어들다 보니 어느새 3권을 훌쩍 다 읽어 버렸습니다. 전체적으로 잔잔한 스토리라고 해도 될 만큼 정적인데도 불구하고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명작 미스테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은 이제 와서 왠 뒷 북이냐고 할 수도 있겠네요. 이미 2000년 출간 이후 수많은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국내에서도 영화화까지 된 작품이니 재미있네라는 말을 연발해바야 공염불일 뿐 일 것 같습니다. 정말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는 말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 미스테리계의 모짜르트라고 비유하고 싶습니다.

 

본인이야 확실한 미스테리를 독자들에게 선보이고자 열심히 노력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일반 독자들이 볼 때에는 그야말로 쉴 새 없이 작품들을 쏟아내는 그의 능력은 참으로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작품들이 하나같이 일정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주고, 또 이런 <용의자 X의 헌신>이나 <백야행>같은 몇몇 작품들은 고객들의 고개를 움직이는 대단한 하이 퀄리티를 선물해주니 저는 감히 천재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실은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첫 데뷔는 그야말로 트릭에 집착하는 본격 추리작가 였습니다.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이자 첫 데뷔작인 <방과 후>를 처음부터 보지 않고 그의 여러 유명작품들을 본 후에 읽어보면 상당히 혼란스러울 정도입니다. 지금은 어느누구도 그에게 본격추리작가라는 말을 하지 않죠. 게다가 결정적으로 <명탐정의 규칙>이라는 작품을 통해 본격추리 소설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하기도 할 정도입니다.

 

물론 작가가 본격 추리소설의 발전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하지만 정작 자신은 계속 본격을 배제한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추리소설을 써나가고 있으니 그는 이미 추리소설가에서 탈피해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구축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작품으로 돌아와서 히가시노 게이고가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을 다시한번 음미해 봅니다. 특히 유키호와 료지의 기묘한 사랑이 결국 썩어 문드러진 현재 사회의 삐뚤어진 균열 속에서 탄생한 비극이라는 점이 마음이 몹시 걸립니다.

 

작품 내내 이들이 만들어 내는 검은 얼룩들이 과연 이 두 사람만의 잘못인가, 즉 이들에게만 돌을 던져야 하는가 하는 점은 읽는 내내 의문이었습니다. 어쩌면 작가는 이들이 작품의 제목처럼 '하얀 어둠 속을 걷는' 그러한 숙명이 주어지지 않도록 하자는 경종의 의미를 담고자 함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랜만에 만난 섬뜻하고도 기묘한 사랑이야기에 한 여름밤의 무더위를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어서 참으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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