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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한 여자 ㅣ 스토리콜렉터 10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6월
평점 :
넬레 노이하우스는 정말 혜성같이 나타난 천재작가입니다.
추리소설의 여왕이었던 애거서 크리스티가 주저없이 그 왕관을 그녀에게 물려줘도 누구하나 의의를 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느날 갑작스레 국내 미스테리계를 강타해버린 그녀의 작품들을 보면 어디에서 그러한 매력이 나오는지 저 역시도 궁금할 정도입니다.
특히 <사랑받지 못한 여자>는 여러가지 면에서 큰 의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우선 이 작품은 그녀의 미스테리 데뷔작입니다. 하지만 읽어보면 처음부터 타우누스 시리즈의 큰 구상을 하고 써내려간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완성도가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이어지는 명작들 - 너무 친한 친구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등 - 과 등장인물, 배경 등 모든 것이 아주 매끄럽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랑받지 못한 여자>는 첫 작품이다 보니 시리즈의 주역들이 등장하는 대목에서 의외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마 처음부터 이 작품을 읽었다면 놓치고 지나갈 수도 있는 재미라 생각합니다. 왜냐면 훗날 이들이 어떤 관계가 되고, 어떤 갈등을 빚는지 알고 있는 터라 이들이 처음에는 어떤 모습이었다는 것을 알게될 때 느끼는 묘한 재미가 있으니까요.
우선 보덴슈타인과 피아는 이제 만난지 얼마 안된 상사와 부하의 관계에서 나중의 작품처럼 서로를 믿고 의지한다기 보다는 서로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알아가는 단계입니다. 그리고 벤케나 하세, 오스터만, 카트린느 등 강력계 동료들도 나중에 소개되는 시리즈에서 보이는 내부적 갈등관계의 도출 없이 의외로(?) 맡은 바 일들을 열심히 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코지마와 보덴슈타인의 관계도 좋고, 엥겔 과장은 아직 등장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이 나중 작품들의 주인공이 사실상 피아 키르히호프 형사로 굳어져 가는 것 - 특히 <바람을 뿌리는 자>에서는 거의 단독이라 봐도 과언이 아닐 듯 - 에 비해 이 작품에서는 올리버 폰 보덴슈타인이 맹활약한다는 점입니다. 시리즈를 진행하다보니 보덴슈타인 주인공 -> 보덴슈타인ㆍ피아 공동주인공 -> 피아 주인공, 이런 식으로 흘러간 것이 아닐까 싶네요.
스토리나 미스테리 요소는 처녀작이 맞나 싶을 정도로 뛰어납니다. 노이하우스의 매력은 일단은 그 몰입도 높은 스토리에 있습니다. 인간의 어두운 면을 잘 다루는 느낌도 있구요. 이 작품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가 위선, 추악한 욕심, 폭력, 거짓말, 이기주의, 질투, 증오의 감정을 심각하게 노출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작가인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작품들 또한 이러한 경향이 있지만 그의 작품은 비뚤어진 인간의 욕심과 폭력 등이 만들어낸 과거의 비극적인 사건이 현재에까지 영향을 미쳐 사건이 일어나는 반면, 노이하우스의 작품은 지극히 현실적인 일상과 사회에서 이러한 인간의 삐뚤어진 본성이 그대로 표출된다는 점에서 독자입장에서는 더욱 다가갈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녀의 작품에서는 피해자도 별로 동정이 가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요, 특히 이 작품에서의 피살자인 이자벨이라는 여자는 미스테리 등장인물 사상 악녀 목록 1호로 올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밉상입니다. 왠지 동양과 서양의 공통적인 초기법인 인과응보, 즉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는 사상이 작품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벌써 5개 시리즈 중 4개를 읽어버렸네요. 보니까 2편만 아직 국내에 출시가 안되었는데 아마 인기를 감안할 때 조만간 출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대도 많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