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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 조각상의 그림자 - 상 - 로마의 명탐정 팔코 2 ㅣ 밀리언셀러 클럽 23
린지 데이비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린지 데이비스>는 로마시대를 사랑하는 작가인 것 같습니다.
특히 폭군 네로의 압제가 비극으로 막을 내리고 순식간에 3명의 황제(갈바, 오토, 비텔리우스)가 69년 한 해에 사망하는 치열한 내란 이후 정권을 잡은 로마 제9대 황제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제위 69년~79년) 시대를 자기 집 안방 드나들 듯 훤하게 묘사하는 대목에서는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다시 말해서 린지 데이비스의 매력은 생생한 로마시대의 묘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거기에 빼놓을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의 서민탐정 - 아마도 추리소설사에서 이 보다 더 오랜 과거에 활동한 탐정이 있을 까 싶습니다 - 팔코입니다.
황제의 정보원인 팔코는 형은 전사한 전쟁영웅이고, 대가족의 유일한 장남이지만 세탁소 위 허름한 집에서 매번 집세를 달라하는 집주인을 피해 도망다니는 서민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낙천적이고 위트가 넘치며, 불의와 예쁜 여자를 보면 참지 못하는 열혈남이기도 합니다.
그는 돈과는 영 인연이 없고, 특별한 능력도 없어보이지만 충실한 친구 페트로니우스와 영민한 조카 라리우스, 그리고 여동생들과 구두쇠 황제 베스파시아누스의 조력을 받으며 크나큰 사건을 척척해결해 나갑니다. 또한 언제나 그가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영원한 연인인 헬레나 유스티아가 그의 곁에 있습니다.
그래서 소설 자체가 참 재미있습니다. 거의 코미디 수준의 웃음을 선사해주며, 그 유머코드가 결코 막장 개그가 아니라 상당히 고상하고 품위있는 대목에서 한번씩 터져 더욱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건도 사건이지만 팔코와 헬레나의 밀고 당기는 사랑싸움을 지켜보는 것 자체도 무척이나 재미있습니다. 굳이 미스테리 소설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이 두 사람의 사랑싸움만 지켜보기만 해도 책을 훌쩍 읽을 수 있습니다.
소설의 배경과 스토리, 개성적인 등장인물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수작입니다. 1편 <실버피그>를 먼저 읽으면 2편이 이해가 더욱 빠를 것입니다. 내용은 계속 이어지니까요. 저같은 경우는 <실버피그>를 읽은지가 한참되서 처음에는 등장인물 연결하기가 상당히 힘들었었습니다.
이제 3번째 이야기 <베누스의 구리반지>가 이어집니다. 빨리 읽어봐야 겠네요. 과연 팔코와 헬레나의 사랑은 3편에서 결실을 맺을까요?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