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나의 영혼을 쓰다듬어 주는 소설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 곽세라 힐링노블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6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인 추리소설은 눈으로 읽고 머리로 생각하며 책장을 넘깁니다. 하지만 <곽세라>작가가 보여준 글들의 향연은 온통 눈으로 읽고 마음으로 들어오다보니 새로운 감동에 잠시 머리가 몽롱해지는군요.

다른 세상을 만난다는 것...그것은 여행이나 공연,영화,음악감상에서도 가능한 얘기이지만 독서를 통한 경험은 은은한 새 책 내음새와 함께 마음에 더 깊이 새겨지는 느낌입니다.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너무나도 한 인간에게 나고 자라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정말이지 어찌어찌 하다보니까 어른이 되어버리고 아무 의미가 없는 듯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듯한 나 자신의 모습이 미워지고 초라해 보입니다.

언제나 남들과 경쟁해야 하고, 내 것을 지키기 위해 미워하고 헐뜯고, 사랑조차도 이기적인 마음으로 포장해버리고야 마는 세상...결국 시들어가는 것은 바로 나의 영혼 뿐 아닐까요. 이젠 다 커버려 그나마 유일하게 나 자신을 지탱해 오던 꿈이나 이상마저도 희미하게 퇴색되어 버린 지금...과거는 늘 아름답고 현재는 항상 고달프고, 미래는 언제나 알 수 없는 이 지겨운 인생...생각은 점점 염세적으로 갈 뿐이고, 남는 결론은 결국 나 자신에 대한 불신 뿐입니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수많은 상처받은 영혼들의 모습은 결국...우리 자신의 모습입니다. 불행은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도 다르고, 각자가 받아들이는 모습 또한 다릅니다. 남들이 보기엔 행복해 보이는 이도 영혼에는 어떠한 생채기가 나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겠죠...

이 작품을 읽으면서 저는 다시 제 영혼을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뮤토가 현실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결국엔 가장 좋은 뮤토는 나를 잘 아는 내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작가의 단어의 구사력, 문장의 아름다움은 작품의 가치를 빛나게 하는 양념과도 같았습니다.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이라는 제목또한 왠지 멋지네요. 또한 여느 미스테리 소설 못지 않은 꽤 강도높은 반전까지... 갑자기 꿈을 꾸다 잠에서 확깨는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요^^ 여러모로 책 읽은 시간이 행복하게 느껴지는 그런 느낌을 주는 작품입니다.

<천사의 가루>는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이 끝나고 이어지는 중편 소설입니다. 빠른 전개, 스피디한 감정표현, 여기저기 머리를 들이밀며 대화를 해 나가는 등장인물들...

마치 연작 시와 같은 느낌으로 한 남녀의 사랑과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의 마음을 잘 담아낸 작품입니다. 왠지 앞 작품의 영향일까요? 라라를 치유해줄 뮤토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도 해보았습니다. 정말 슬프도록 시린 사랑 이야기입니다. 많이 아프네요. 가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