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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친한 친구들 ㅣ 스토리콜렉터 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6월
평점 :
최근 제가 읽은 4권의 미스테리 소설이 공교롭게도 다 유럽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스웨덴을 배경으로 한 <폭파범>, 영국 최북단 셰틀랜드 제도를 배경으로 한 <레이븐 블랙>,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한 <헤드헌터> 그리고 이제 <너무 친한 친구들>을 통해 독일로 왔습니다.
최근 서양 미스테리 소설 중 국내에서 베스트셀러를 찍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너무 친한 친구들>과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저자 넬러 노이하우스는 역자 해설에 따르면 소시지공장 사모님^^이라고 하시네요. 어쩌면 작품 속 등장하는 여러 등장인물 중 조연 역할 정도하는 아주머니가 도플갱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작가 넬러 노이하우스는 소시지가게에 오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의 작품에 들어가는 캐릭터들을 구상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힘은 등장인물들의 강한 개성과 심리묘사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자 호감가는 캐릭터 1위인 피아 키르이호프는 경찰이자 이혼녀이며, 직무에 충실하지만 외로움을 많이 타고 멋진 남자를 만나면(그것도 용의자 선상에 있음에도) 마음이 크게 흔들리는 인간적이면서도 약간 미소짓게 만드는 재미가 있습니다. 가장 쉽게 표현하자면 바로 우리의 모습이죠.
등장인물 모두가 재산이나 성별, 가정환경 등은 모두 다르지만 하나같이 위선의 모습에 같여살며 어떠한 상황이 처해지면 본성을 날카롭게 드러내는 모습, 사실 그것이 우리가 오늘도 내일도 살아가고 있는 인간사회의 진실한 모습이기에 더 친근하고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닌 가 싶습니다.
이 작품은 놀랍게도 거의 완벽한 추리소설입니다. 형사들이 주요 주인공들이지만 경찰소설이나 범죄소설이라 볼 수는 없고, '누가 그것을 했지?'를 밝혀가는 추리소설이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다만 단순한 추리소설에 머무리지 않고 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유는 범인을 밝혀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여러 추악한 범죄들, 즉 비리, 협박, 방화, 상해 등 마치 계란 껍질을 까듯 살인사건이라는 속살을 보기 위해 인간 군상의 여러 잔인한 면들과 범죄들을 벗겨내는 생생한 느낌이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군데군데 인간적인 장면들을 넣어 이런 세상이지만 사랑은 살아있다는 점을 느끼게 하기도 합니다.
책장 끝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참 헷갈리며, 작품 말미에 가면 대략 짐작은 갑니다만 작품 초기에는 워낙에 용의자도 많고(거의 대부분이 피해자를 싫어하고, 알리바이도 없습니다) 사건의 진실을 포장한 사실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긴박한 사건 전개까지는 아니지만 다양한 사건들을 접하다보면 역시나 시간가는 줄 모르게 책장을 넘기게 되며 어느 순간 한 차례 반전 뒤 범인이 밝혀지게 됩니다.
작가가 참 뛰어난 필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다시금 듭니다. 여류작가의 꼼꼼하면서도 등장인물에 대한 세밀한 심리묘사와 사건전개가 일품인 명품 미스테리가 분명합니다.
ps. 제 생애 처음으로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다운 받아서 완독한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워낙에 게으르고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싫어하는 타입이라 e-book이라 하면 그냥 그런게 있나보다 생각하고 '그래도 책 읽는 재미는 손 맛이지' 하며 외면하고 살았다가 우연찮게 호기심 반, 충동구매 반으로 구입해서 한번 읽어보았습니다.
결론은 대 만족. 가장 좋았던 점은 휴대폰은 24시간 몸에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지 버리는 시간 없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당연히 자주보니 읽는 시간도 빨라져서 좋았구요. 의외로 읽는 것도 책에 비해 손색없이 편리하고 좋았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은 책을 샀는데 내 책장에 다른 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한다는 점이겠죠. 솔직히 많이 아쉬운 점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