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
요 네스뵈 지음, 구세희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 네스뵈'의 장편소설인 <헤드헌터>를 다 읽고 한 마디로 느낌을 말하자면, 말 그대로 '쉴새없이 넘어가는 책장'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노르웨이의 작가 '요 네스뵈'의 천재성을 잘 알 수 있는 작품으로 인물구성과 사건전개, 그리고 해결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어쩌면 이런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감탄하게 만듭니다.

특히 사건이 발생되는 소설 초중반부터 마지막 장까지는 정말 잘 만들어진 헐리우드 액션 영화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스피디하게 전개됩니다. 주인공 로게르 브룬은 최고로 행복한 남자에서 최고로 불행한 남자로 순식간에 전락하게 되고,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며 자신을 죽이려는 살인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사실 여기까지는 여러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많이 쓰인 테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의 이런 테마를 더욱 빛내주게 하는 것은 작품 전체에 골고루 들어가 있는 시크한 유머코드입니다. 어떻게 보면 코믹 잔혹극이라는 표현도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드러내 놓고 웃기면 천박한 작품이 되었겠지만 이 작품의 유머코드는 상당히 은근해서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순식간에 웃음을 터뜨리는 내 자신을 여러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의 표현도 참 재미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을 놓고 자기 자신의 잣대로 서슴없이 평가해 나는 작가의 역량 또한 돋보였습니다.

스릴러와 추리요소 또한 가득합니다. 사건의 전개과정 그리고 해결과정은 정말 이 작품의 백미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면서도 속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헐리우드식 영화의 결말과 많이 닯아있기도 하지만 정말 잘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역시 재밌고 후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작가도 무척이나 고심했을 듯한 군더더기 없고 재밌는 결말입니다.

제목인 헤드헌터는 두 가지 의미를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주인공 로게르 브룬(영어로는 로저 브라운^^ 흔한 이름입니다)의 표면적인 직업으로 바로 능력있는 고급 인재 채용을 원하는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먼저 면접해 추천해 주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노르웨이에서는 이런 제도도 있더군요.

또 하나는 말 그대로 헤드헌터입니다. 쉽게 말하면 목표를 끝까지 추적해서 살해하는 것을 의미하죠. 언어의 역설이자 재밌는 제목인데 헤드헌터가 헤드헌터를 만나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과정과 결말이 이 작품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이 작품은 우리에게는 상당히 먼 나라인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그 나라의 자연풍광이나 사회생활 등에 대해 조금이나마 간접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좋습니다. 작품에서 말하길 오후 4시에 퇴근이고 1분도 더 일하려 하지 않는 나라, 일을 제일 적게하고 병가비율은 제일 높고 복지수준은 최고인 나라가 바로 노르웨이라고 하더군요^^ 

이들을 부러워하기 보다는 새벽 5시30분에 출근해도 도로가 막힐 정도로 부지런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개인적으로 참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요 네스뵈를 비롯한 북유럽의 역량있는 작가들의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이 국내에 소개되어 이러한 기쁨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