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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파범 ㅣ 여기자 안니카 시리즈 1
리자 마르클룬드 지음, 한정아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스웨덴 하면 무척 춥고 쓸쓸할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듭니다. 우리나라하고는 거의 지구 반대편정도 되는 거리라고 할까요? 솔직히 제 인생에 여기를 한번 가볼 일이 있을까 고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웨덴이라는 나라와 그 속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장르소설 한 권 치고는 정말 많은 정보가 들어있고, 또 배울 수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코 앞인데 비가 온다는 것(스웨덴은 해양성 기후라 기온이 생각보다 낮지 않다고 합니다), 왜 보육원에 늦으면 보육사(우리나라로 치면 유치원 선생님)가 부모한테 화를 내는지(우리나라는 상상도 못할 일이죠...) 스웨덴 화폐는 유로가 아니라 크로나(SKr)를 쓴다는 것, 왕국이라는 것, 최고의 복지제도가 구축된 이 나라에도 다른 모든 나라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 문제(남녀차별의식, 가정폭력, 직장내 암투 등등)는 다 가지고 있다는 것 등등,
어찌보면 장르소설과는 무관해 보이는 것들이지만 책을 읽어나가는 데 있어 보이지 않는 힘이 되는 요소들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인지 이 작품은 무척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닙니다.
미지의 땅 북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제의 폭파사건과 빵껍질 벗기듯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 그리고 계속되는 연쇄 폭파...과연 범인은 누구이며, 이런 일을 저지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올릭픽을 겨냥한 테러인가 아니면 개인적인 원한에 따른 범죄인가? 젊은 나이에 그것도 여성으로서 신문사 사건팀장으로 있는 안니카 뱅트손은 주변의 질시와 갈등 속에서도 특종을 잡기 위해 진실찾기에 나서고, 결국 진실의 문 앞에 서게 됩니다.
안니카 뱅트손이라는 캐릭터는 참 잘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워커홀릭이지만 항상 마음 한켠에는 남편과 자식들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여자이자, 직장내에서 자신을 무시하려드는 고참 기자들과 부하직원들 사이에서도 버텨나갈려고 애쓰는 샐러리맨이라는 설정이 어찌보면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도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작품은 큰 줄기인 폭발 테러를 중심으로 크리스티나 푸르하게의 개인사, 안니카 뱅트손의 가족, 안니카가 근무하는 신문사 등 다양한 서브 테마를 활용해 생각보다 빠르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느낌을 줍니다. 작가 리사 마르클룬드는 미스테리만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았나 봅니다. 강렬한 미스테리를 원하는 독자라면 다소 지루할 수도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다양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미스테리 해결자체는 결코 빠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작가의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면 충분히 재미있고, 남는 것이 많았던 작품인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작품을 즐길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평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