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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속에 흐르는 피 ㅣ 블랙 캣(Black Cat) 21
프랜시스 파이필드 지음, 김수진 옮김 / 영림카디널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제목인 <돌 속에 흐르는 피>가 무슨 의미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영국의 여류작가 프랜시스 파이필드의 이 소설은 잘 만들어진 미스테리이자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상당히 심도있는 고찰을 하는 작품입니다. 어찌보면 전자보다 후자에 더 많은 부분을 배려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많은 서양 여류작가들의 작품이 의외로 남성적이고 와일드한 남자 탐정이나 형사가 나오는 데 비해 이 작품은 말 그대로 굉장히 여성적입니다. 심지어는 남자 등장인물, 변호사인 피터 프릴이나 토마스 노블 더 나아가 끔찍한 사이코 패스인 릭 보이드 조차도 다른 소설 속에 묘사되는 남성의 이미지가 퇴색된 좀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있습니다. 물론 악역이 골 때리는 나쁜 놈이라는 점에서는 대동소이 하지만요.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의외로 장르 외적인 고민이 상당히 수반됩니다. 특히 작가는 의상에 관심이 무척이나 많은 듯 하여 작품의 상당부분이 옷을 수선하는 주인공 헨리에타를 통해 의상소개와 의상이 갖는 어떤 독특한 성격들에 대해 상당부분 할애가 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관심있는 분은 작품의 흥미도에 더욱 빠져들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렇지 못한 분은 이 대목에서 의외로 낯설고 지루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그저 범인이 뭐고 수수께기는 도대체 어떻게 풀리는지만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서 그런지 솔직히 조금 지루했다는^^. 그리기 전반적으로 미국식 하드보일드 개념의 소설이 아니기에 사이코 패스를 다루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상당히 깔끔한 영국식인 느낌도 의외로 긴장감 형성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일단 정통 추리소설은 아니기에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고민은 먼저 접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스테리로서의 장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악랄한 범죄전문 변호사였던 메리언 시어러의 죽음(자살이냐 타살이냐를 모호하게 구성해 점점 더 미스테리하게 이끄는)으로부터 점점 밝혀지는 진실의 과정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법정기록을 중간중간 넣어 줌으로 인해 사건 전개를 도와주고, 돌 속에 흐르는 피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힌트도 조금씩 주고 있습니다.
제 생각엔 돌 속에 흐르는 피란 결국 어떤 것으로 끊어버릴 수 없는 혈연에 대한 고찰이 아닌가 싶습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말처럼 정말 아무것도 없이 말라버린 돌 속에도 흐를 정도로 피는 속일 수 없다는 운명론적인 얘기를 작가는 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