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장 사건
아유카와 데쓰야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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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카와 데쓰야>는 일본에서 이른바 <본격의 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일본 미스테리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척이나 큰 작가입니다. 특히 아리스가와 아리스 같은 당시 무명의 작가들을 소개해 세상에 알리는 등 작품 이외에도 일본 미스테리계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90년부터는 <아유카와 데쓰야상>이 제정되어 장편 추리소설을 쓰는 신인작가의 등용문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국내에서는 거의 소개된 적이 없는바 아마 이 <리라장 사건>이 사실상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연 얼마만큼 본격 추리소설을 써내려가기에 신이라는 칭호까지 얻었을까 많은 기대를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리라장 사건>은 그야말로 군더더기 없는 순수한 본격 추리소설입니다. 학생들의 여름 휴양지인 리라장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과 범인을 찾기 위해 애쓰는 형사들(히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규칙에 의하면 이들 형사들은 절대 범인을 알아 맞출수가 없는 슬픈 운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막판에 혜성처럼 나타나 사건을 순신간에 해결해버리는 아마추어(가 과연 맞는가??) 명탐정 호시카게 류조 등. 본격 추리소설이 갖추어야 할 모든 것들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트릭이나 알리바이 조작, 의외의 범인(본격추리소설은 여기서 더 말하면 안되는거 아시죠?) 등등 정말 본격 미스테리의 신이라 불리는 작가의 작품답게 너무나 잘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그런데 왜 이리 뭔가가 허전할까요? 저는 솔직히 읽는 내내 의외로 몰입도가 생기지 않아 작품에 집중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이유가 뭘까?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바로 좀 '식상'하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이 작품은 무려 1958년에 쓰여진 작품입니다. 즉 에도가와 란포나 요꼬미조 세이시 등 초기 일본 미스테리 거두들의 작품이 영향을 미치던 시기와 별 차이가 없을 만큼 오랜된 작품입니다.

당연히 당시에는 너무나 뛰어나다는 소리를 들으며 인정을 받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1에서 10이 되고 10이 100이 될 정도로 발전해 버린 현재 미스테리 소설에 길들여진 현재의 독자인 나로서는 그다지 이 작품이 독특하다거나 정말 뭔가 깬다거나 하는 것을 못 느낀 것이 사실입니다. 

학생들의 죽음과 그 중의 하나가 범인이라는 구조는 훗날 그가 키운 아리스가와 아리스나 아야츠지 유키토 등 현 신 본격작가들이 한층 더 복잡하고 흥미진진하게 발전시켰기 때문에 이 작품은 가히 소박할 정도입니다. 요꼬미조 세이시는 특유의 음울한 일본색을 덧칠했고, 에도가와 란포는 기괴함,호러요소를 접목시켜 추리 이외에도 읽는 재미를 배가 시켰지만 이 작품은 그야말로 정통 추리소설이기때문에 추리외에 맛깔난 양념이 없습니다.

그리고 너무 군더더기가 없고 트릭들이 나사로 조립한 인형처럼 착착 들어맞다보니 도리어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이 죽어도 왠지 감흥도 없고, 명탐정이 나타날 때까지는 범인이 아무리 활개치고 다녀도 일부러 살인하라고 잠을 자주고 자리를 피해주는 듯한 다른 등장인물들의 모습도 좀 우습구요.

너무 비판만 한 것 같아 좀 그렇군요. 이 작품은 본격추리소설의 교과서로서 미스테리 매니아라면 한번은 꼭 읽어봐야할 고전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작가들이 이렇게 멋진 본격물을 써냈기에 오늘날 일본 미스테리의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이 작품의 위상은 한층 더 높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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