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 - 살인을 위한 살인
손선영 지음 / 손안의책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손선영>이라는 낯선 작가의 작품, 그것도 순수 문학이 아닌 추리소설을 접한 내 기분은 무척이나 설레고 있었습니다. 영미나 일본에 비해 아무래도 좀 밀리는 것이 사실인 국내 추리소설계에서 올해 나온 정말 따끈따끈한 신작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에서 만족하냐 못하냐가 내가 앞으로 얼마나 국내 추리소설을 찾을 것인가 말 것인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좀 걱정도 되더군요. 아무튼 이러한 기대 속에 책장을 열었습니다.

그로부터 하루 반, 책장을 덮은 지금 내 마음은 만감이 교차합니다. 전체적인 느낌을 말하자면 우리 국내 추리소설의 새로운 이정표를 연 명작이라는 점입니다. 적어도 좀비나 생령, 원혼 등 초자연적인 현상에서 벗어나 과감히 살인사건과 용의자를 제시하고 범인을 맞춰보라는 도발을 감행하는 등 기존과 다른 정통 추리소설의 형식을 채택한 점에서 굉장히 많은 칭찬을 보내고 싶습니다.

어느 은퇴한 지방지 기자가 15년전의 사건을 회상하며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네티즌들에게 범인을 맞춰보라고 도전합니다. 이런 기법은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이나 아리스가와 아리스, 아야츠지 유키토 등 신 본격 추리소설작가들의 즐겨쓰는 기법이지만 국내 추리소설에서 이러한 것을 보니 왠지 참신하게 느껴졌습니다.

추리의 깊이는 실은 그 다지 깊은 편은 아닙니다. 추리소설 매니아라면 어느정도 감잡고 갈 수있는 정도라고 보여지네요. 그렇지만 이 소설은 추리만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에 소설 자체의 재미가 이것때문에 반감되지는 않습니다.

작가님의 과감한 추리 도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도리어 사회적인 모순이나 인간의 가슴아픈 과거들에 많은 부분이 할애되어있습니다. 따라서 형식은 정통 추리소설이지만 실상 내용은 사회적인 성격을 많이 띄고 있습니다. 후반부에서는 너무나 이러한 개인사들이 강조되다 보니 정작 추리소설로서의 진맛은 약간 떨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현재 국내 문학이나 영화의 트렌드를 따라가는 부분도 있습니다. 두 형사, 그것도 한국과 일본의 형사가 사건을 파헤친다던지, 참으로 불편할 정도로 잔인하고 세부적인 폭력성은 왠지 다른 영화나 드라마같은데서 본것 같기도 한 느낌이 있습니다.

전체적인 색채가 너무나 <블루>네요. 가슴아픈 이야기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추리소설의 살인자는 악인, 피해자는 보통인인 구조가 좋은 것 같습니다. 살인자가 선인이고 피해자가 악인이면 살인자를 잡으러 다니는 과정을 관찰해야 하는 독자의 가슴도 따라 아프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국내 추리소설계의 샛별이라고 생각합니다. 손선영 작가님의 다음 작품은 저 하늘의 태양처럼 빛나 영미, 일본 추리소설을 빛바래게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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