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다 소지>하면 <점성술 살인사건>을 떠올리게 되고 자연스레 신본격의 선구자 중 한 사람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 이것이 맞기도 하구요. 그러나 탐정 미타라이 기요시가 아닌 형사 요시키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 중 하나인 이 작품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는 과연 이러한 정의가 맞는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갖게합니다. 작품의 전체적인 특성을 살펴보면 본격 미스테리 + 사회파 추리소설로 두 가지 요소가 그다지 눈에 거슬리지 않게 조합되어 있는 역작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본격 미스테리 부분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사상과 생각을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주는 양념 같은 역할을 하는 정도로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습니다. 특히 작품 초기에 발생한 샷소선에서 벌어진 절대 해결이 불가능할 것 처럼 보였던 5대 미스테리가 독자의 구미를 몹시 당기나 후반부에 가면 이러한 강렬한 의혹이 점차 사그라드는 경향이 있습니다(구체적 설명은 작품의 재미를 떨어뜨리므로 생략^^) 말 그대로 기발한 발상이 하늘을 움직이다는 제목이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나 본격추리의 입장에서 사건의 무대설정등은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하며, 도저히 풀리지 않는 사건해결을 위해 분투하는 형사 요시키의 모습은 거의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은 사회파 추리소설의 형태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마다 소지의 다른 작품과 이 작품을 비교하면 이러한 점은 극명하게 두드러질 것입니다. 특히나 더욱 놀라운 것이 21세기 작품도 아니고 1990년대 작품에서 정말 직접적으로 일본의 한국지배를 고발하고, 그들이 자행한 악행에 대해 진지하게 사죄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인이 일본 미스테리 소설에 등장하고, 살인자이지만 도리어 일본이 저지른 전쟁범죄의 희생자라는 설정을 저는 처음 보았기 때문에 참신하다 못해 작가 시마다 소지의 올바른 역사인식(우익 일본인들이 봤을 때는 영 아니겠지만...)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특히나 90년대 당시에는 이런 말 하기가 더욱 힘들었을텐데 시마다 소지가 갑자기 본격 추리소설 작가에서 의식있는 지식인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군요. 반면 그는 여태영,여태명 형제의 굴곡진 인생과 함께 일본인들의 추악한 모습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덩달아 시마다 소지의 대변인인 주인공 형사 요시키 역시 멋져 보입니다. 아무도 관심같지 않는 사건을 오로지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은 경찰로서 가져야 할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현실은 어렵고 힘들겠지만 이렇게 많은 경찰들이 진실을 찾아나설때 조금이라도 억울한 이들이 없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기발한 발상이 하늘을 움직이다.> 이 제목은 정말 많은 의미를 함축합니다. 결국 이 사건의 해결은 어떻게 보면 세상 모든 일은 다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과 일맥상통할 것입니다. 모든 것으로부터 불공평한 일을 당한 한국인이 가장 공평한 하늘에 의해 도움을 받았다는 말은 작품을 다 읽은 뒤에도 많은 여운을 남겨주는 한마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