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 앤 나이트 블랙 캣(Black Cat) 3
S. J. 로잔 지음, 김명렬 옮김 / 영림카디널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내게는 상당히 생소한 작가인 S. J. 로잔은 샤머니 상, 앤서니 상, 애드거 앨런 포상등을 수상한 북미권에서는 이름이 알려진 작가입니다. 특히 여기 소개할 <윈터 앤 나이트>로 최고 권위의 애드거 앨런 포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그 만큼 이 작품의 작품력은 자타가 공인할 만큼 뛰어나다고 볼 수 있고, 책을 다 읽은 지금 나의 느낌역시 세간의 평과 다르지 않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목만 보면 북유럽의 피요르드나 침엽수림을 배경으로 늑대인간과 흡혈귀가 싸움과 사랑을 반복하는 그런 내용의 작품같지만 실은 이 소설은 현재 미국사회를 배경으로 한 지극히 사회적인 소설입니다. 

북미식 크라임 픽션의 형태를 상당부분 따라가고 있지만, 이 작품이 다른 작품과 차별성을 갖는 부분이 있다면 현란한 액션 대신 미국 사회의 아픈 폐부를 찌르는데 주저하지 않고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일종의 사회고발적인 성격을 상당히 가자고 있다는 것이 될 것입니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워런스타인이라는 마을은 미국의 축소판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미식축구를 종교보다 좋아하는 그들, 그리고 이른바 자크라고 불리는 미식축구 선수들과 그의 부모들이 모든 권력의 상위층에 위치해 있고, 그 그룹에 끼지 못하는 애들은 카우보이, 딴따라, 돼지, 샌님, 기크, 꼴통으로 계급이 분류되는 모순된 사회. 법과 도덕이 존재하고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내부는 숨막히는 부조리와 이기심으로 더럽혀진 세상이 이 소설의 배경입니다.

아이들의 모럴 해저드도 문제지만 그것을 사실상 뒤에서 조장하는 것과 다름없는 어른들의 행태가 더욱 싫어지고, 미국사회의 나만 아는 개인주의(=이기주의)의 모습이 가득 느껴지는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가 않습니다. 그리고 가장 합리적인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이 가장 불합리한 모순을 순종적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모습 또한 이해의 범주를 뛰어넘어 인간의 또 다른 속성인가 하여 안타깝기만 하더군요.

조카의 실종과 꼴통 계급에 속한 여학생의 죽음을 계기로 사건에 뛰어들게 된 탐정 빌 스미스와 동료 리디아 친은 모순된 세상에서 참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무척이나 동분서주합니다. 그리고 결국 진실의 문에 다다르지만...결말은 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야말로 쉽게 무너질 수 없는 것이라는 무거운 해답만 알려주는 듯 합니다.

이 소설은 작가의 유머와 위트가 상당히 넘쳐 읽는 내내 무척 재밌는 부분도 많고,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도 상당히 스피디하게 전개되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탐정인 빌 스미스는 개성도 강하고 개인적으로 상당히 정이 가는 타입인 것 같습니다. 그를 도와주는 조연 역인 리디아 친과 학생 신문기자인 스테이스, 리디아의 먼 친척이자 해커인 리누스 등 인물설정은 상당히 개성적인 설정인 듯 하여 개인적으로 참 맘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주제자체가 무척 민감한 부분을 다루는 것이다 보니 소설 전체적으로는 입에 배여오는 듯한 씁쓸한 기분을 시종일관 유지한채 책을 읽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소설 답지 않는 결말 또한 왠지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만약 통쾌한 하드보일드를 원한다면 이 작품은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말하고 싶구요, 미국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프라임 픽션의 형식을 통해 리얼하게 표현한 작품을 원한다면 정말 강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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