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신부의 동심 동서 미스터리 북스 5
G. K. 체스터튼 지음, 박용숙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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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버트 키스 체스터튼(1874~1936)은 추리소설의 기틀을 만든 선구자 중의 한 사람으로 이 시대의 미스테리 작가들이 대다수 그러하듯(애드가 알렌 포우, 도로시 세이어즈,  S.S. 반 다인 등등) 비단 미스테리 소설의 범위에 한정되지 않고, 순수문학ㆍ평론ㆍ신학ㆍ비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적을 남긴 시대의 지성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칼 한 것은 그의 이름이 후대에까지 자주 기억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창작해 낸 검은 얼굴에 키가 무척 작은 볼품없는 브라운 신부를 주인공으로 한 연작소설 <브라운 신부 시리즈>라는 것입니다. 

지성으로 무장된 글과 신학에 대한 무궁무궁한 지식에 미스테리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역량이 더해져 그의 브라운 신부 시리즈는 초기 추리소설의 골격을 완성하는데 크게 기여했고, 후대 여러작가들(특히 초기 일본 미스테리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브라운 신부를 주인공으로 한 그의 첫 번째 연작소설인 <브라운 신부의 동심 The Innocence of Father Brown>은 추리소설의 고전이자 교과서 같은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읽어보면 현대 추리소설의 큰 틀을 이루고 있는 알리바이 위조, 증거은폐, 밀실트릭, 박쥐트릭 등 트릭들이 초창기 모습 그대로의 어설픔까지도 그대로 고스란히 간직한 채 나열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신부인 브라운 신부의 시각에서 바라본 사이비 종교 등 사회의 각종문제에 대한 강한 고찰도 흥미롭게 나열되어 있습니다. 특히 단편 중 <부러진 검>같은 경우는 추리극의 범위를 응접실에서 벗어나 전쟁터까지 확대되어 끔찍한 범죄로 묘사하는 등 연작소설 전체에 걸쳐 상당히 눈여겨 볼 만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 책의 단점이라면 오래된 고전이다보니 현대적인 감각에는 다소 맞지 않거나 세련되어 보이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범인을 잡는 과정이 다소 비약적인 부분이 있다는 점 정도라고 해야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고전이 갖는 필연적인 약점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할 뿐더러 이러한 단점들을 후세 작가들이 더욱 갈고 닦아 현재 미스테리 소설이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면 도리어 감사해지기도 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번역과정에서의 문제인지 아니면 원문 자체가 문어체 영어로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문장 자체가 요즘 기준으로 읽기에는 상당히 딱딱한 부분이 많아 일반 독자들한테 잘 읽힐지 걱정이 앞섭니다.

이런 저런 단점이 많긴 하지만 일단 추리소설에 관심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그 시작을 한번 보았다는 느낌 하나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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