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벌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많은 사람들이 요꼬미조 세이시의 걸작으로 <팔묘촌>, <옥문도>, <이누가미 일족>을 주로 꼽습니다. 제 생각으로도 여기에 반문을 제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하나를 살짝 더 넣자면 <악마의 공놀이 노래>도 꽤 걸작이 아닌가...정히 세가지로 가자면 차라리 대중적인 인기가 높을 뿐 추리면에서는 다소 별로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누가미 일족>을 빼고, <악마의 공놀이 노래>를 넣어서 세 작품이 걸작이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오늘 <여왕벌>을 다 읽고 나니 조금 마음이 흔들리네요.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따진다면 솔직히 위의 BIG 3 만큼은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만 요근래 읽었던 세이시의 또 다른 작품들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나 <밤산책>보다는 상당한 레벨차가 느껴질 정도의 재미가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일단 이 작품이 좀 색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확연히 오리지널 일본전통에 얽매였던 그의 추리소설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이 부분은 decca님의 작품의 해설에서 자세히 설명됩니다.). 좀 덧붙이자면 음울한 은회색의 분위기가 컬러풀한 색채로 덧칠이 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하여간 분명 기존 작품들과는 좀 다른 면이 이 작품에는 있습니다.

그리고 읽는 재미가 상당히 레벨업이 된 느낌입니다. 본격추리소설이긴 하지만 왠지 사랑을 둘러싼 스릴러라 해도 될 만큼 스토리 자체가 무척이나 탄탄합니다. 거기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요꼬미조 세이시의 사건전후의 설정...마치 나무못으로 단단히 고정시킨 건물을 보는 것처럼 견고하기 그지 없습니다. 즉 제가 본격추리소설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인 <말이 된다>는 느낌을 잘 받을 수 있습니다.

추리요소로 보자면 그다지 뛰어나지도 떨어지는 수준도 아닙니다만(범인도 되레 눈치로 중반정도 되면 알수도 있습니다...하지만 중요한 것은 논리적으로 알아야 하는데 거기까진...) 무리없는 추리로 마지막 비밀이 밝혀지면 고개를 끄덕거리며, 국내 추리소설의 아버지인 김내성님이 강조하신 ’으음’ 할 수 있을 정도는 됩니다. 

특히 박쥐에 대한 그의 추리는 제가 기존에 다른 작품에서 그와 같은 것을 본적이 없기 때문에 꽤나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약간 관대한 시각으로 봤을 때 얘기입니다. 정말 냉철하게 잣대를 들이댄다면 조금 억지스러운 부분도 없진 않지만 그렇게 거슬리는 수준은 아닙니다.

작품은 적어도 저에게 있어서는 꽤나 읽을 만한 추리소설이 아닌가 평가하고 싶네요. 게다가 세이시의 색다른 작법까지 엿볼 수 있고. 또 기존 작품처럼 죽을 사람 다 죽는 것 어쩔 수 없지만 우리의 더벅머리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님도 이 작품에서는 꽤나 샤프하게 나오는 것도 재밌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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