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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카타야마 쿄이치 지음, 안중식 옮김 / 지식여행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미스테리 소설에서 한발을 빼고 읽은 소설이었는데...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런 장르도 한번 봐 보자는 의미에서 시작한게 마지막 책장을 덮은 지금은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애절한 감동에 마음이 꽤나 울적한 금요일 오후가 되어 버렸습니다.
<사랑!> 이 말보다 어려운 단어가 또 있을까요? 이 말의 정확한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요? 사랑은 너무나 뜨겁고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너무나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자칫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함과 이별의 전조같은 어두운 의미 또한 포함된 단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너무나 소중해서 이러한 감정을 언젠가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항상 뇌리 저 언저리에 박혀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사랑은 상대방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 싶은 어떠한 집착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의 몸과 마음 그리고 생각까지도 가지고 싶은 것. 그리고 또 상대방 역시 나에게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바로 사랑이죠. 생각하는 유일한 생물인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복잡한 감정을 한 단어로 표현해 버린 것! 그것이 바로 <사랑>아닐까요?
우리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슬픈 것은 바로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잃는 것입니다. 꼭 남녀만의 사랑이 아닙니다. 이 작품에서도 인용돼듯 내가 모르는 사람의 죽음은 무척이나 매정한 것 같지만 사실 우리에게 아무런 자극도 주지 못합니다.
우리에게 슬픔을 주는 죽음은 바로 내가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입니다. 바로 어제까지 내가 가지고 있었고 또한 나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의 죽음이 우리 앞에 찾아온다면....우리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행동을 보여야 할까요?
이 작품은 실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라는 소설로서는 단골소재이기도 한 다소 평범한 주제를 바탕으로 만든 소설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른 작품과는 다른 묘한 슬픔과 재미가 느껴집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찾아온 죽음이어서 일까요? 아니면 청소년기의 설익은 듯한 사랑이 죽음이라는 어마어마한 장벽과 마주쳤을때 나오는 그 순수함에 그만 도취되어버렸기 때문일까요?
아키와 사쿠타로의 마지막 이별의 순간은 마치 생생한 영상의 한 장면을 마주대한 것 마냥 기억에 잔잔히 남는 것 같습니다. 죽은 사람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남은 인생을 살아야 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에 마지막 교정에서 사쿠타로가 보여주는 장면이 왠지 우리에게 던져주는 작가의 무언의 해답인 듯 담담히 받아들여집니다.
영화를 먼저 보지 않아 다행입니다. 영화도 물론 재미있겠지만 역시 원작소설이 있다면 소설을 먼저 읽어야 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네요.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눈시울을 적실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