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녀굴 - 영화 [퇴마 : 무녀굴] 원작 소설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7
신진오 지음 / 황금가지 / 201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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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그저 그랬던 한국영화는 지금은 아주 괄목상대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눈부시게 성장했습니다. 공포영화도 마찬가지이죠. 

<여고괴담>에서부터 주목받기 시작해 <폰>이나 <장화홍련> 같은 작품에서는 정말 할리우드의 슬래셔 무비나 일본의 기분나쁜 공포영화를 뛰어넘는 그 무엇을 느끼게 했었습니다. 당시 극장을 나오면서 우리나라 공포영화가 정말 이렇게 발전했구나 하는 뿌듯함까지 느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인기장르로 성장하다보니 이제 우후죽순같이 비슷하면서도 작품성은 떨어지는 작품들이 여기저기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나오는 귀신도 비슷하고, 잔인함이나 피튀기는 것도 한 두번 보면 별로 무섭지도 않게되고 하는 현상...일종의 내성이 생겨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들은 정말 고생스러울 것 같습니다. 눈이 높아져버린 관객들을 이기기(?) 위한 사투...안 봐도 잘 알고 있고, 저 역시 이 분들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서설이 길어진 이유는 참 반가운 국내 신인작가인 신진오님의 첫 장편소설 <무녀굴>을 읽어내려가면서 한국 공포영화의 이러한 현실이 불현듯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이 작품은 현재 한국 공포영화의 흔적을 상당부분 쫓아가는 공포코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흥미진진한 전개하며 내용자체는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또한 제주도 김녕사굴의 전설을 모태로 제주 4.3사건에서 현재까지 이어지는 스토리 구조도 무척 견고하고, 무녀의 한이 참 무섭기는 하구나 하는 생각도 절로 들만큼 그 고리가 상당히 묵직하게 느껴지는 바 큽니다.

하지만 참으로 아쉬운 점은 책장만 열면 기라성 같은 반전코드와 현란한 스토리, 상상을 초월하는 전개가 범람하는 미스테리계의 세파를 헤쳐나가기에는 다소 개성이 강하지 않는 느낌입니다. <퇴마록>에 등장하는 퇴마사가 등장한다거나 근골격계 귀신의 모습이나, 빙의 등등...이런 소재들은 이제 어지간해서는 우리의 육감을 자극하기가 힘들어진게 사실입니다.

기존에 많이 사용되었던 테마들을 한데 모은 듯한 느낌, 마치 한 편의 잘 만들어진 국내 공포영화를 본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아무래도 좀더 독특하면서도 독자의 혼을 빼놓는 반전이나 강한 개성이 더욱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필력이나 글을 이끌어 나가는 힘, 묘사 등을 볼 때 분명 가능하시리라 믿습니다. 어찌보면 아직도 많이 부족한 국내 미스테리 소설계에 더욱 단비를 뿌려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다음번엔 완전한 추리소설에 한번 도전해 보심은 어떠할 지. 저는 아무래도 귀신보다는 사건자체를 해결하는 머리싸움이 전개되는 추리소설을 더 선호해서 말입니다^^ 다음번 멋진 도전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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