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치 체포록 - 에도의 명탐정 한시치의 기이한 사건기록부
오카모토 기도 지음, 추지나 옮김 / 책세상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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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건너 일본의 에도 막부 말기. 서양문물을 아직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전, 그러니까 막부가 타도되고 메이지 유신이 시행되기 전 아직도 일본의 구습이 많이 남아있던 시절이 이 소설의 배경입니다. 즉 이 작품은 아직 사법체계가 명확히 확립되지 않은 시기에 한시치라는 오캇피기와 주변인물들이 기이한 사건을 해결하는 일종의 추리극입니다.

따라서 이 책은 일본의 역사 중에서도 우리에게는 전혀 생소한 막부 말기 시대의 생활상이나 사람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줍니다. 제가 보기엔 추리소설로 보다 도리어 이 편이 훨씬 더 쓸모가 있지 않나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너무 심각하게 공부하는 자세로 이 책을 볼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일본 역사를 달달 외울 것도 아니고, 그저 이때 일본은 이런 삶을 살았구나 정도 느끼면서 지나가면 족하다는 생각입니다.

이 책의 등장인물 한시치는 오캇피기입니다. 이게 좀 재미있는 게 메이지 유신 전 일본의 사법체계가 아직 완비가 안 되었는지 모르지만 오캇피기는 요즘으로 보면 일종의 사설경찰 즉 탐정하고 많이 닮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반은 관부 소속으로 사법력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정식으로 녹봉을 받는 경찰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부업으로 장사나 목욕탕을 하는 등 해서 생계를 꾸려나갔다니 참 특이합니다.

그리고 오캇피기 밑에는 데사키가 있는데 이 사람들은 쉽게 말해 오캇피기의 부하들로 관부에서 전혀 급여를 받지 않고 오캇피기 밑에서 정보원이나 행동대장 역할을 합니다. 당연히 오캇피기가 이들의 생계를 책임집니다. 이 밖에도 체포록이 뭔지 당시 일본의 사법체계 등이 많이 소개되는데 너무 머리아프게 깊이 들어갈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그냥 이들이 정식 관원을 대신해 수많은 사건을 해결했구나 정도 알면 될 것 같습니다.

작품으로 들어가자면 일단 오카모토 기도라는 작가는 굉장히 오래전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메이지 유신이후 한창 발전하던 일본의 근대화 시절에 살았던 사람이지요. 즉 작중에 한시치로부터 이야기를 전해듣는 나는 바로 작가입니다. 

우리나라는 1830년대나 1900년대초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지만 일본은 거의 서양문물을 대대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천지개벽할 정도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즉 짧은 시간 간격이지만 한시치가 활약하던 시절과 작가가 작가생활하던 시절의 변화는 엄청나다는 것이죠. 작중의 나는 괴담을 즐겨하던 차에 노인이 된 한시치를 만나고 그가 활약한 사건들에 대해 들은 것을 작품으로 옮기는 형식으로 되어있습니다.

미스테리 소설로서는 솔직히 별로입니다. 아무래도 오래된 시절의 추리극이다 보니 뭐 특별한 트릭이나 치밀한 구성같은 것이 있을리가 없죠. 그냥 누가 죽었다거나 실종되었는데 한시치(혹은 다른 오캇피기가) 갑자기...정말 갑자기 범인을 잡아버립니다. 그리고 범인들이 한시치가 짓패(이게 무슨 형사증 비슷한 건가 봅니다)를 들이대면 그냥 온순히 잡혀가기 때문에 큰 스릴은 없습니다. 역사 추리물은 그냥 이 정도 선에서 흥미롭게 봤다는 정도로 만족해야 할 듯합니다.

괴담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괴담을 빙자한 사건들이 많아 실질적으로 완전한 시대 추리극입니다.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는데 이 당시 일본 형벌이 정말 대단히 무겁다는 것입니다. 그냥 어지간하면 다 사형...살인은 물론이고 도둑질, 간통, 횡령 등 좀 죄질이 무겁다 싶으면 다 효수나 사형입니다. 참 그래도 죄짓는 사람들이 용감해 보일정도 더군요.

이 책은 우리나라 역사가 아니기에 일본 대중들이야 더욱 관심있게 보고 열광할지 몰라도, 우리는 그냥 흥미롭게 보는 정도면 족하다는 생각입니다. 과거 <혈의 누>나 현재 상영되고 있는 <조선명탐정(저는 참고로 아직 못봤습니다만)>처럼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활약하는 추리물은 우리에게는 더 재미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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