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관의 살인>아야츠지 유키토의 고품격 본격 추리!

시계관의 살인 ㅣ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8월

참으로 오랜만에 맛본 명품 본격 추리에 찬사를 보냅니다. 본격 추리의 귀재 <아야츠지 유키토>의 심혈을 기울인 역작이라 감히 평가해 봅니다. 참고로 아야츠지 유키토는 이 작품을 통해 45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습니다.

본격 추리는 지금은 수많은 지류로 나뉘어진 미스테리 장르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 복잡한 세상사 다 잊고 오로지 트릭과 이를 밝혀내는 명탐정의 추리, 거기다 독자에게도 범인 맞추기라는 또 하나의 역할을 부여해 주는 재미있는 장르가 바로 본격추리입니다. 따라서 많은 매니아층이 형성되어 있지만, 이와 비례해 가장 많은 욕을 집어 먹는 장르이기도 하죠. 특히 작가가 설치한 트릭이나 동기, 범인 등이 일반 독자들이 받아들이기 힘들거나 좀 어설플때 돌아오는 비난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좀 억울하지 않을까 싶지만 이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본격 추리는 정말 어려운 장르라 평소 생각해 왔습니다.

원조격인 요꼬미조 세이시 이후 본격 장르는 쇠퇴일로를 걸었지만 아야츠지 유키토나 아리스가와 아리스, 노리즈키 린타로, 시마다 소지 등 이른바 신본격의 주자들의 노력으로 지금도 일본 미스테리계의 상당한 역할과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탐독한 <시계관의 살인>은 관(館)시리즈로 유명한 아야츠지 유키토의 회심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트릭이나 동기, 살인자 등이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말이 되냐, 안 되냐는 본격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 작품 역시 본격 추리의 단골 메뉴인 <클로즈드 서클테마>즉 고립된 장소 내에서 일어나는 살인을 테마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 시리즈가 다른 클로즈드 서클 테마와 다른 점은 피해자들에게는 고립된 공간이지만 살인자의 입장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원래 이런 류의 소설의 범인은 내부에 있어야 하지만, 이 관 시리즈의 살인마는 내부에 있을 수도 있고, 외부에 있을 수도 있다는게 좀 더 고차원적인 트릭 설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미친 천재 건축가가 지은 건물들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들을 다루는 시리즈라는 설정도 무척이나 독특한 것 같구요, 하여간 흥미가 가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다른 작품에 비해 많지는 않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이번 작품의 경우 너무 많이 죽어서 도리어 용의자가 극도로 좁혀지다보니 솔직히 금방 누가 범인인 줄 알 수 있겠더군요. 그러나 이 작품은 물론 범인이 누구냐 여부도 중요하지만, 시계관에서 일어난 일련의 비극의 배경이 파헤쳐지는 과정도 무척이나 흥미롭고, 그리고 살인마가 어떤 트릭으로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부분들은 간만에 머리를 칠 정도로 참신합니다.

트릭에 대해서는 말할 수가 없어서 아쉽군요. 본격 추리물은 조금이라도 트릭이나 내용을 언급하면 도저히 알고는 읽을 수 없는 장르이기에 이만 말을 줄이고자 합니다. 본격 추리를 좋아하거나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