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의 침묵 블랙 캣(Black Cat) 11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지음, 이미정 옮김 / 영림카디널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슬란드의 작가인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작품은 읽으면 읽을수록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범죄가 난무하는 미국도 유럽도 일본도 아닌 인구 30만명에 불과한 아이슬란드를 배경으로 써내려가는 그의 미스테리 소설은 굳이 화려한 범죄나 용의주도한 트릭이 없이도 성공할 수 있는 미스테리 소설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 전에 먼저 그가 살고 있는 나라 <아이슬란드>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아이슬란드는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봤을 때도 참 먼 나라이지만 현대화 이전에는 유럽에서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섬나라였습니다.  

인구 30만...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낮은 나라 중 하나인 아이슬란드는 문명과 역사면에서 유럽과는 상당히 다른 면이 많습니다. 문화적으로도 상당히 보수적이고, 이름만 있고 성이 없는데다(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은 인드리다의 아들(SON) 아날두르라는 뜻임), 지명도 단어도 길고, 역사적으로도 특이한 사건도 없을 뿐더러 범죄율 또한 무척 낮다고 합니다. 

이런 토양에서 범죄소설을 쓴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 뻔합니다. 하지만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시각에서는 이러한 아이슬란드에서도 미스테리 소설을 위한 훌륭한 소재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이슬란드인'입니다. 그들의 삶이 바로 그를 통해서 전 세계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아날두르식 미스테리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날두르의 작품 중 처음 접한 <저주받은 피>에서 느꼈던 슬프고 안타까운 가정의 역사가 <무덤의 침묵>에서도 다시금 이어집니다. 사건의 큰 흐름은 어느날 레이캬비크 교외의 한 지역에서 발견된 유골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과거의 한 가정의 가족사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소설은 긴장관계를 끈끈히 유지해 나갑니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닙니다. 과거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형사 에를렌두르에게는 또 다른 슬픈 가정사가 있습니다. 그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원죄와 딸에 대한 죄책감에 힘겨워합니다. 그리고 또 과거로 돌아가면 상인 벤자민 크누드센의 가슴아픈 사랑이 기다리고 있고, 다시 현재로 돌아와 형사 올리의 가정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즉 이 작품에서는 무덤에서 발견된 유골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여기저기 얽히며 자라가는 가시덤불처럼 수많은 가족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독자는 한시도 한눈을 팔 수가 없습니다. 범죄사실은 어찌보면 예상가능한데도 바로 뒷 장이 궁금해서 책을 쉽게 놓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 책을 모두 읽고 한 동안 수많은 잔상이 남아 잠이 잘 오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이 책이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가정은 우리가 안식을 얻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행복의 보금자리입니다. 그러한 가정에서 일그러진 폭력과 폭언, 일탈로 인해 상처받고 기형적으로 변해버린 슬픈 영혼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안타까움과 동시에 새삼 제 자신에게 한 마디를 중얼거리게 되더군요. 

"나의 가족에게 상처를 입히는 짓은 결코 하지 말자..." 

무덤의 침묵이 저에게 무언 중에 속삭여준 가르침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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