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역사 뫼비우스 서재
케이트 앳킨슨 지음, 임정희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첫번째 사건. 4자매 중 막내이자 천사처럼 귀여운 올리비아의 갑작스러운 실종
두번째 사건. 젊고 아름답고 이제 막 어른으로 인생을 시작하려는 사랑스러운 딸 로라의 죽음
세번째 사건. 전원생활과 육아의 괴로움으로 충동적으로 남편을 살해한 미셸의 살인사건

작가 <케이트 앳킨슨>의 <살인의 역사>는 영국의 캠브리지 지역에서 각기 다른 시기에 일어난 세 개의 사건에서 출발합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는 듯한 느낌으로 일어나는 가슴 아픈 사건들...그리고 시간은 흘러 전직 경찰이자 사설탐정 <잭슨 브로디>는  이들 세 사건의 남겨진 사람들로부터 사건의뢰를 받습니다. 그리고 잭슨은 이 세 사건의 진실을 찾아다닙니다. 

더불어 자신의 사랑하는 딸 말리의 행복을 걱정하고(말리는 잭슨이 지키고자하는 절대선의 상징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의 어두운 과거와 그로 인한 상처와도 싸우면서 말입니다. 즉 잭슨은 세 사건의 비밀의 문을 열어주는 해결사이자, 이 세 사건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아픔을 짊어지고 나가는 역할을 해나가는 사람입니다.

우선 이 작품은 무척이나 살인과 죽음,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에 대해 진지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걸작입니다. 사실 전혀 다른 사건인 이 세개의 사건이 결국 시간이 흘러 서로가 연결고리를 찾게 되어가는 과정이 무척이나 인상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의 실종과 죽음을 두고 죄책감, 슬픔, 기다림, 후회, 번민 등으로 인생의 방향까지 바뀌어 버린 남겨진 이들의 인생과 사고의 흐름을 찾아가는 과정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실종되거나 죽음을 당한다면...과연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요...아마 온통 아름답게 느껴지던 세상이 어느날 흑백으로 채색되고, 언제나 자신의 기억 속에서 죽음 직전의 얼굴로 멈춰버린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묻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갈 것입니다.

게다가 이 세 사건 중 두 사건은 하나같이 남은 자들에게 죄책감마저 안겨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이유조차 알 수 없습니다. 어릴 적 함께 텐트에서 자다가 동생을 잃어버린 아메리라는 올리비아의 생사여부도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누가 왜 그랬는지 조차도 모릅니다. 또한 사랑하는 딸 로라를 잃어버린 테오는 딸의 죽음이 자신의 잘못처럼 느껴지고 누가 왜 딸을 살해했는지 알고 싶어합니다. "내가 그때 그러지 않았더라면..." 이런 회한의 의문들이 가슴을 쓸꼬 지나가며 결국 인생의 행복조차 쓸어가 버리고 맙니다.

세 사건이 소개되는 도입부를 지나 잭슨 브로디가 등장하는 초반부에는 잭슨과 마찬가지로 독자인 나도 마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당황스럽고 도대체 이 사건들이 가지고 있는 진실과 연관성은 과연 무엇일까 무척이나 궁금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진실은 드러나게 되고 진실에 접근하면 접근할수록 느껴지는 것은 바로 가슴 아픈 반전과 살아남은 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만남과 인연의 윤회입니다.

이 작품은 전체를 읽으며 죽음과 이별의 고통에 힘들어 했을 독자들에게 보상이라도 하는 듯이 상당히 희망적으로 끝을 맺습니다. 그렇습니다. 적어도 이들에겐 이유가 주어졌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이 왜 실종되었고, 왜 죽었는지. 수십년이 지난 후 이들이 찾고 싶은 것은 결국 범인이 아니라 진실 아니었을까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왜?' 였고 그에 대한 해답을 안 이들의 삶은 분명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이제 새로운 인생을 찾아 떠나려고 합니다. 고생 많았던 탐정 잭슨 브로디도 함께 말이죠... 책장을 덮으며 테오와 아멜리아의 행복과 잭슨 브로디의 즐거운 삶을 조용히 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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