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동기담 - 일본 화류소설의 정수
나가이 가후 지음, 박현석 옮김 / 문예춘추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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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가 나가이 가후는 일본 자연주의 문학의 기수라고 합니다. 1879년 생. 우리나라 조선 고종시대에 출생했군요. 

저는 참으로 엉뚱하게도 작품을 읽기 전에는 그 작품이나 작가에 대해 알아보지 않고 읽는다는 원칙에 따라 읽다가 나가이 가후가 현 시대 작가인데 1930년대 일본을 참 잘 표현했구나 하는 우스꽝스러운 착각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나가이 가후는 일본 소설의 선구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자연주의,탐미주의를 추구했던 작가입니다.

이 작품을 아무것도 모르는 초심자의 한 사람으로써의 감상을 들자면 왠지 그냥 담담하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인 오에 다다스는 초로의 소설가로 약간은 허무한 시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현실생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 그리고 남정네들에게 몸을 파는 유곽의 여인 오유키를 갖고 싶으나 그녀의 열정을 결국은 거부해버리는 남자입니다.

바램이 현실이 되려고 하자 무서워졌던 걸까요? 아니면 자신이 이미 열정이나 열망이 빠져나가버린 껍데기같은 존재가 되어 있다는 것을 그가 사랑하는 오유키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었을까요?

격정이 자리하고 있어야 할 이별의 자리에서조차 이 소설은 무척이나 담담하고 허무하게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작중에서 소설가인 오에 다다스는 <실종>이라는 소설을 집필하며 자신의 이야기와 오유키의 이야기를 대비해 이야기를 써넣어갑니다. 그러나 이것은 작가인 <나가이 가후>가 자신의 모습을 오에 다다스에 투영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며 소설 속에서는 또 하나의 소설을 써서 삶과 인생의 여정에 대해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을 연애소설이라고 절대 불러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나가이 가후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삶을 살아가는 한 노 작가의 시선과 고찰을 그려보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유키라는 현실의 사랑도 그에게는 인생에서 그를 한번 흔들고 지나간 번개 였을 것입니다.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나지만 크나큰 후회라기 보다는 그 이별을 탐미적으로 해소해 버리는 듯한 느낌입니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정경 묘사력은 상상을 뛰어 넘어 마치 당시 일본의 생활상, 거리의 모습, 사회의 분위기 등을 슬라이드를 보듯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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