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여행자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수많은 독자들이 최고라고 말하는 작품들을 읽어보면 역시 높은 식견들에 감탄하고 맙니다. 이런 유명한 작품들은 내가 먼저 탐험한다는 미지의 세계에 가는 듯한 호기심은 없지만 역시 대단하구나하는 감탄과 감동을 확실히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습니다.

이 천사의 나이프는 한가지 놀라운 점이 있습니다. 바로 51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이라는 것이 그것인데요. 뭐가 놀랍냐면 아시다시피 에도가와 란포상은 일종의 미스테리 소설의 신인상 같은 개념입니다. 즉 작가 <야쿠마루 가쿠>라는 신인작가가 써낸 소설이 이렇게도 미스테리 소설로서의 역할과 사회고발이라는 양면에서 흔들림없는 짜임새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먼저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사회파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설의 골격을 이루는 테마는 바로 일본 미스테리(그 중에서도 사회파 추리소설의 단골 메뉴이기도 한)의 주된 주제 가운데 하나인 소년 범죄 즉  일본의 개정 전 형법 제41조 ’14세 이하인 자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라는 조항의 맹점을 파고든 작품입니다.

따라서 세 명의 중학생으로부터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남편을 통해 소년이라는 이유로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가해자의 인권보호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끔찍한 아픔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며 아무것도 보호받지 못하는 피해자의 삶의 괴리에 대해 지속적으로 서술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닌 일반 사람들에게 응보나 교화냐의 문제는 솔직히 선뜻 답하기 힘든 문제입니다. 양쪽 모두 일견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채 작가가 처음 이끌어 나가는 대로 피해자인 히야마를 동정하고, 가해자인 3명의 소년을 은근히 비난해지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성공요인은 이러한 비난 메시지만을 담은 소설이 결코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메시지 전달에 충실한 만큼 이 소설 자체에 녹아 있는 미스테리의 요소가 무척이나 강력하다는 것입니다.

제도에 대해 고민하고, 법의 모순을 온 몸으로 극복하려던 히야마의 앞에 점점 자신의 아내를 둘러싼 살인사건이 그저 단순한 것이 아니었음이 드러나게 되고, 소설은 ’사회파 추리소설이구나’ 하고 방심하고 있던 독자의 정신을 갑자기 난데없이 흔들어 놓습니다. 마치 처음엔 60km로 가던 차를 막바지에 160km로 몰고가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까요? 말 그대로 막바지에는 한장 한장 책장 넘기는 속도가 무척이나 빨라집니다. 그리고 다가온 진실은...

정말 잘 만들어진 책입니다. 에도가와 란포상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수상이 결정된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47회 란포상 수상작이자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던 <다카노 가즈아키>의 <13계단>과도 견줄만한 수작입니다. 이 작품을 읽고 느낀 아쉬움이라면 왜 좀더 빨리 읽지 않았냐는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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