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미나토 가나에의 폭풍 데뷔작 <고백>은 출판되자마자 많은 반향과 충격 그리고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입니다. 2009년 서점대상, 제29회 소설추리 신인상, 2008년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누적 판매 부수 70만부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수립했을 만큼 그 인기 또한 대단했죠. 

당연히 이렇듯 명성이 뛰어난 작품은 독자들로 하여금 읽기 전부터 상당히 높은 기대치를 형성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전혀 기대 없이 읽다가 의외로 재미를 느끼는 것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상당히 냉정하게 평가받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참 유명한 작품인데 의외로 생각보다 재미없다고 느낄 때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어떨까요? 한마디로 말해서 '명성이 과연 허명이 아니다!!' 라는 것입니다. 정말 재미있습니다.

이 작품은 일단 분량이 다른 작품에 비해 그다지 많지 않은데 숨쉴틈 없는 재미와 전개로 아마 보통의 독자들이라면 밤 7시 정도에 책을 잡으면 12시 안에 다 볼 수 있습니다(정말 빨리 읽으면 1~2시간 이면 뚝딱할 수 있을 듯). 그만큼 재밌고 흡입력이 강해서 한번 책을 잡으면 끝을 보기 전까지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주제는 복수라고는 하지만 작품의 상당부분은 일본의 소년범죄에 시각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 주제는 솔직히 일본 미스테리의 여러작품에서 보여지는데 바다건너에 있는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이 문제가 상당한 핫 이슈가 아닌가 생각이 되어지는 부분입니다. 

형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미성년자들의 범죄, 그리고 소설속에 표현되는 이러한 미성년 범죄자들은 한결같이 죄책감 따위는 느끼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사회로 복귀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간다...이게 과연 정당한 법집행이냐는 고뇌...일견 이해도 가지만 결국 이러한 문제는 형사정책에 속하는 문제기 때문에 쉽게 속단할 수 없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응보나 교정이냐의 문제는 아직까지도 형법에 있어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니까요.

이 작품 역시 형사처벌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두 중학생의 피한방울 나지 않을 만큼 이기주의적인 살인이 일어납니다. 근데 공교롭게도 그 피해자는 담임 선생님의 딸... 벌써 설정부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담임선생님은 일부러 아이들을 고발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녀에게 복수는 그런 시시한 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직접 응보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작품의 형식 또한 매우 독특해서 일반적인 소설형식을 과감히 탈피해, 소설의 제목처럼 각 챕터별로 등장하는 화자들이 독자들에게 고백을 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왠지 이 사람이 책을 읽고 있는 나한테 직접 하소연을 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곤 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내가 직접 카운셀러나 형사, 혹은 정신과 의사가 되어 이들의 말들을 들어주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래서 몰입이 더욱 잘 되는지도 모르겠군요. 그리고 왠지 모르게 작품 내내 한기가 들 정도로 기분이 오싹한 느낌...이 부분은 특별히 무서운 장면도 없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네요. 그냥 기분 탓일까요?

결말도 충격적이고, 이걸 통쾌하다 해야하나? 무섭다고 해야하나? 책을 덮은 이후로도 오랫동안 생각을 거듭하게 하는 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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