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죽음이 오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박순녀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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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과거 아가사 크리스티라고도 표기했던)는 한 마디로 추리소설계의 여왕입니다. 현재도 미스테리계에 여류소설가들이 많이 활약하고 있지만 그녀만큼 미스테리계에 굵은 발자취를 남긴 작가가 과연 있을까 의문입니다.

그녀의 작품은 80여편에 이르고, 한 해에 장편 3개를 출판할 정도로 정열적인 창작 활동을 했으며, 작품이 많다보니 그녀가 창조해낸 탐정만 포와로, 미스 마플, 배틀 총경, 부부탐정 토미와 터펜스 등 여러 탐정이 존재합니다. 그녀의 작품은 영어권에서만 10억부, 비 영어권 역시 10억권이 판매돼 이 부분에서 기네스북 세계기록에 등재되어 있다고 합니다. 참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천재작가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결혼생활은 그리 행복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1914년 공군대령인 아치볼드 크리스티와 결혼하지만 남편의 부정등으로 급기야 신경쇠약에 걸려 자작 실종사건까지 일으킨 끝에 결국 파경을 맞습니다. 그리고 1930년 고고학자인 맥스 멜로윈과 다시 재혼을 하는데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장편 <마지막으로 죽음이 오다>는 바로 이 새로운 남편인 맥스 멜로윈의 영향을 상당부분 받은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그녀의 작품은 대다수가 현재 기준으로 장르를 따지자면 본격 추리소설에 해당합니다. 즉 사건과 탐정의 범인찾기죠. 어찌보면 그녀는 본격 추리소설의 생리를 아주 잘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살인 사건의 발생과 등장인물들의 긴장구조, 그리고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범인과 수많은 용의자들(모두가 조금씩 범인 같은). 탐정이 등장하고 결국 사건은 해결됩니다. 

평범한 작품도 많겠으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애크로이드 살인사건><오리엔트 특급살인> 등 대표작들은 지금봐도 최신 미스테리들이 무색할 정도의 강력한 미스테리입니다.

이 장편 <마지막으로 죽음이 오다>는 1935년 발표한 장편입니다. 그녀의 작품 대다수가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데 비해 이 작품은 엉뚱하게도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 자신도 갑자기 임호테프가 나오고 에사, 야모스, 레니센브 등의 인물들이 등장하자 적이 놀랬습니다. 그 만큼 이 작품은 배경설정면에서 이질적이며, 작가가 당시 이집트의 생활상을 자연스레 재연하고자 애쓴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소설자체는 전형적인 애거서 크리스티의 형식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자신의 속마음까지도 내어줄 것 같은 가족들, 그러나 이해타산, 증오, 질투 등으로 점점 이들 사이에 균열의 골이 깊어지고 급기야 살인이 발생하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작가가 살인자를 가족들 사이에 집어넣었다는 것입니다. 대가족제에서 살인마가 가족 중에 있다는 것은 상당한 공포심을 안겨다 줍니다. 어제까지 피를 나눈 사람이 오늘은 내 생명을 앗아가려한다는 것 자체가 꽤나 무시무시하죠.

애거서 크리스티는 이 작품의 용의자에 대한 단서를 그리 많이 주진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계속 죽어나갈 수록 왠지 범인인 듯한 용의자가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어 그다지 큰 놀램은 없었지만 그래도 가족이 살인자라는 공포심하나만큼은 이 작품을 꽤나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코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집트 대가족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실은 영국이나 일본, 한국 대가족이라 해도 그다지 어색함이 없이 통할 정도로 이들의 갈등코드나 남자 혹은 여성을 바라보는 의식은 일반적인 것입니다. 왠지 재혼 뒤 작품이라 그럴까요? 남성들을 바라보는 여성의 시각이 결코 곱지 않음을 작품 곳곳에서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명작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한번 읽어볼만 합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중에서도 상당히 재밌는 소설이라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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