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문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논란의 명작인 <문은 아직 닫혀있는데>로 슈퍼 베스트 셀러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X의 헌신>에 이어 2006년 <이 미스테리가 대단하다> 2위를 차지한 바 있는 이시모치 아사미!

저 역시 <문은 아직 닫혀있는데>를 읽고 나름 감명을 받아 별 다섯개를 올린 기억이 납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도 새록새록 나구요. 그리고 이 명작이 정말 동기가 이해가 안간다는 이유로 비난받은데 대해 저 역시도 그렇게 느끼면서도 '그래도 명작이다'라고 생각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 만큼 두뇌플레이로 승부를 거는 작가의 근성이 멋져 보였습니다.

그리고 접한 두 번째 작품 <달의 문>! 역시 저를 실망시키지 않는 그 무엇인가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원래 이 작품은 <문은 아직 닫혀있는데>보다 이전에 발표된 작품으로 2004년 <이 미스테리가 대단하다> 8위에 선정된 바 있습니다(이 해 1위는 우타노 쇼고의 <벚꽃피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 하네> 였습니다).

그만큼 많은 독자들이 이 작품을 사랑하고 관심을 가졌다는 얘기가 되겠죠. 이 작품은 아주 탁월한 명작은 아닐지라도 상당한 높은 수준을 가진 미스테리 소설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우선 일반적인 미스테리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참으로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행기 납치와 밀실살인! 이 잘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두가지 소재를 신비스러운 달의 존재와 함게 버무려 참으로 멋진 미스테리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비행기를 납치했는데 난데 없이 그 안에서 살인이 일어나고, 이제 졸지에 탐정이 된 젊은이는 납치범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에서 범인을 찾아야 한다는 전개...이런 전개는 정말 참신한 것이 아닌가 감탄해 봅니다.

더구나 비행기 납치는 그야말로 중죄중의 중죄라 그 자체만으로도 사건은 긴박하게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여기에다 살인사건까지 겹치니 사건의 흐름은 느슨해지지 않고, 덩달아 가독성도 더욱 빨라지는 것 같아서 지루하지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소 아쉬운 점이 있긴 합니다. 명작의 문턱에서 약간 주저앉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너무나 완벽한 무대설정이 필연적으로 가져오는 단점 바로 그것입니다. 즉 어떤 상황에서도 실행되기 어려울 것 같은 범죄를 '자 이렇게 해서 했고, 이 사람이 그래서 범인입니다'라고 독자들에게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는지는 솔직히 좀 의문입니다. 즉 사건해결이 다소 매끄럽지 않다는 것이 조금 유감입니다.

그리고 달의 문을 연다(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합니다만)는 신비주의의 접목이 미스테리 소설의 한계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왠지 내 마음 속에 와닿는 것 같지가 않습니다. 살인의 동기도 그렇고. 결국 두뇌플레이의 명수인 이시모치 아사미의 작품은 작가의 공력이 너무 들어가서 문제인건가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실은 작품을 감상하는데 별로 짐이 되진 않습니다. 세상 살다보면 이런일도 있구나 하면 또 없어지는 문제들이긴 합니다. 전체적으로 재미있고 뛰어난 작품입니다. 저 역시도 이 책을 읽었던 시간이 아깝지가 않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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