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는 처음 출발할 때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무척이나 다른 작가인 것 같습니다. 그의 데뷔작이자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인 <방과후>는 거의 전형적인 본격 추리소설입니다. 하지만 현재 히가시노 게이고는 본격이고 아니고를 떠나 미스테리 소설 자체의 영역을 뛰어넘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이런 변신을 통해 그의 작품은 더욱 다양한 독자층을 형성하게 되었고, 일본 미스테리 소설의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 <다잉아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에서 가장 이질적인 작품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굳이 장르를 말하자면 환타스틱 미스테리이고 약각 호러소설 같은 분위기 마저 느껴집니다. 적어도 중반 이후까지는 더욱 그러한 느낌이 강합니다. 하지만 결말에서는 이러한 분위기가 약간 바뀌어 그래도 이건 미스테리 소설이다라는 느낌으로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스토리 자체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어느 비오는 날 밤에 일어난 교통사고. 그 사고를 낸 주인공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갖가지 사건들과 의문들. 기억상실에 걸린 주인공은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나서고 이상한 여인이 출현하면서 사건은 더욱 복잡하게 전개된다...그리고 마주치는 진실! 어찌보면 현재 미스테리 소설에서는 그 다지 놀랄만한 스토리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단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전문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뛰어난 필력과 입담으로 인해 글 읽는 자체는 무척이나 빠른 느낌입니다. 쉴새없이 일어나는 일들로 인해 거의 책에서 눈을 띄지 못하게 하는 재미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정말 재미있다라는 생각이 들기보단 그저 재미있다 정도의 재미가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 재미는 중간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독특한 시도자체는 신선했지만 이런 정도의 소재는 요즘 작품 중 그다지 새롭다고 보기는 힘들고, 반전자체도 놀랍다기 보다는 그냥 납득이 가는 정도라고 보여집니다. 다음에는 그의 초기 작품 중 하나를 읽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가 다시한번 본격 추리소설을 발표해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