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종신검시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은 처음 접하기에 다소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 보았습니다. 특히 책을 접하기 전에 나오키상을 거부할 정도로 당찬(?) 그의 이력에 다소 기인이 아닌가 하는 선입견을 가져보기도 했었습니다. 따라서 그의 작품도 그의 돌출 행동마냥 기괴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었구요.
하지만 책을 덮은 지금 드는 생각은 이 작가는 지극히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휴머니스트라는 것입니다. 미스테리 요소도 매우 날카롭고 수준이 높습니다만 역시 최우선 순위는 인간과 사회라는 두 가지 주제라 보여집니다.
사람이 죽고 범인이 누구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이 왜 죽었는지에 대한 의문, 어떠한 인생을 살았고 왜 이러한 인생을 살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이러한 죽음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해 철저하게 탐구합니다.
주인공인 종신 검시관 '구라이시'는 작가의 이러한 의도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대충 인생을 사는 것 같지만 시체 앞에서 만큼은 경건해지는 인물입니다.
"이것은 그냥 단순한 시체가 아니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거지같은 인생이라도 이 사람들에게는 단 한번뿐인 인생이었다. 그러니 발을 빼지 마라. 검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뿌리까지 캐내라."라는 구라이시의 말은 아마 이 작품 전체를 통일하고 있는 작품의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대로 그는 냉철한 검시로 수많은 자살을 살인이나 사고사로 살인을 자살로 판정합니다, 그리고 그의 판단 속에는 사람을 생각하는 따뜻한 휴머니즘이 잔잔히 고여있습니다(물론 구라이시는 이런 말을 들으면 비웃어 버리겠지만요).
특히 이러한 점은 결국 <실책>에서 정점을 찍게 됩니다. 과거에 자신의 부하였던 여경 하루에의 자살을 둘러싼 구라이시의 모습은 종신검시관을 떠나 명백한 휴머니스트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지위와 출세하고는 거리가 멀지만 수많은 경찰들로부터 교장선생님이라고 존경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은 단편집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각각의 에피소드로 이어진 장편으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휴머니즘만 강조해서 미스테리 요소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작가의 필력이 정말 거세서 미스테리, 스토리 모든 요소들이 무척 잘 어우러진 잘 만들어진 소설입니다. 역시 작가 <요코야마 히데오>는 보통작가가 아니구나 하는 답을 얻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