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도 다케루의 영광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ㅣ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1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7년 1월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은 일본 현역의사 가이도 다케루의 혜성같은 데뷔작이자 제4회 이 미스테리가 대단하다 대상을 수상한 인기 미스테리 작품입니다. 저 역시 뒤늦게 알고 책을 접했는데 하루만에 다 읽어버릴 정도로 역시 재미가 있었습니다.

미스테리 소설은 독자의 입맛에 맞출려면 여러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독자들의 상식상(요즘 이러한 상식은 상당히 전문화 되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만) 상황설정이나 전문지식이 말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쉽게 말하자면 실감이 나야 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경찰소설을 쓰는데 경찰 수사 실태와 맞지 않는 글을 쓴다든지 역사소설을 쓰는데 충분한 고증없이 글을 쓴다든지 하면 아무리 스토리가 좋아도 그 작품은 인정받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면에서 이 작품은 100점에 +@를 주어도 부족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소설입니다. 누가봐도 의사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작품!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즉 미스테리 소설로서는 꼭 100점은 아닐 지라도 사건에 잘 녹아들고 있는 일본 의료계, 특히 회사와 마찬가지로 경영을 해 나가야 하는 종합병원의 현실과 의료인으로서 가치관의 혼돈, 권력투쟁, 환자를 바라보는 시각 등이 잘 어우러져 한 편의 교향곡 같은 시원한 울림이 있어 100점에 도달한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여러가지 흥미있는 설정들로 글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고나 할까요? 이런 면에서는 은근히 미야베 미유키 적인 사회파 추리소설의 모습도 많이 보입니다. 특히 전자카르텔 도입이니,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 임상실험에 대한 시각, 수술 사망과 관련한 AI도입 등 여러가지 사안에 대해 신경내과의사 다구치의 입을 통해 작가는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의 본류는 역시 미스테리, 그것도 본격 미스테리 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참으로 생소한 개념인 의료인의 관념에 의한 밀실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재미를 더합니다. 집도의인 기류를 비롯한 바티스타팀이 모두 보고 있는 가운데 일어나는 살인의 비밀을 파헤친다는 아이디어는 정말 참신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에 시라토니라는 감초 공무원 탐정의 좌충우돌 취조는 보는 이의 얼굴에 절로 미소를 띄우게 만듭니다. 결국 귤의 껍질을 벗겨내듯 진실을 드러나게 됩니다.

참 잘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재미도 있구요. 과거 유행했던 로빈 쿡의 메디컬 미스테리 시리즈들과는 또 다른 동양식 깊이와 맛이 있는 작품이라 평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