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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꽃
아마노 세츠코 지음, 고주영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60살의 늦깎이 데뷔로 화제가 된 일본 여류 미스테리 작가 아마노 세츠코의 데뷔작으로 화제가 되었던 이 작품은 당초 내가 가졌던 선입관을 보기좋게 깬 꽤나 잘 만들어진 미스테리 소설입니다. 처음에 왠지 재미없을 것 같은 느낌이 무척 강했으나 읽으면 읽을 수록 작가가 정말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구나 하는 어떤 공력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일종의 여성의 심리에 대해 포인트를 맞추고 들어가는 미스테리 소설입니다. 최근 노나미 아사의 <얼어붙은 송곳니>를 읽은 바 있어 관점 맞추기는 비교적 쉬웠다는 생각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얼어붙은 송곳니와 같이 사건 자체를 뛰어넘는 심리묘사는 비교적 자제되었기 때문에 도리어 읽기는 더 편했습니다.
사건해법이나 형식 자체는 요즘 미스테리 소설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방식, 즉 이른바 도서 추리소설의 형태로 범인과 범죄과정 그리고 결과를 먼저 나열하고, 이를 형사가 파헤쳐서 완전범죄를 깨뜨리는 형식입니다. 물론 이러한 형식을 단순 나열식으로 진행하여 흥미를 떨어뜨리거나 할 정도로 이 작품이 만만한 것은 아닙니다. 중간중간에 여러가지 복선과 깜짝 반전까지 깔아놓는 등 미스테리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요소들이 가득차 있습니다.
그러나 약간의 방심으로 이 작품은 100%가 될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하네요. 일단 위의 말과는 다소 상반되는 얘기입니다만 사건 자체가 너무 쉽다는 게 문제입니다. 즉 벌어진 범죄와 실제로 계획된 범죄가 너무 쉽게 예상되고 또 예상대로 흘러가다보니 다소 긴장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반전은 훌륭한데 결국 결말부분에 가면 1+1은 결국은 아무리 고민해봐도 2가 되어야 한다는 이런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미스테리 소설이니까 한번만 더 살짝 비틀어 결말을 짜보았으면 더욱 재미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스포일러 때문에 결말을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꼭 권선징악이 아닌 결말도 나름 재미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물론 권선징악의 결말은 당연할 수도 있지만 결국 죄 줄려고 너무 이해안되는 도구들을 많이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은 떨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저도 반전을 꾀한다면 이 작품은 상당히 재미있는 작품이고 미스테리 소설로서 수준은 꽤 높은 곳에 위치한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가속성도 있어서 한번 눈을 대면 좀체 떼기 힘들 정도로 후반부의 전개는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60세 데뷔가 왠지 멋져보이네요. 아마노 세츠코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