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는 무척이나 독특한 설정을 가진 작품입니다. 일본의 국민 소설가 나츠메 소세키의 대표작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토대로 작가 야나기 코지는 미스테리 요소를 삽입하여 원작의 아리송한 에피소드들에 대한 해석을 시도합니다. 저야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소설을 읽어내려가면서 처음에는 '이게 도대체 무엇에 쓰이는 물건인고'하는 심정으로 약간 당황했지만 차츰 적응이 되니까 무척이나 재미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책을 다 읽고 나서 여기저기 조사해봐서 알게 된 것이지만) 원작의 6개 에피소드는 고양이의 시각을 통해 메이지 유신 당시 지식인들의 모습을 여러가지 시각으로 묘사했던 것을 '나'라는 서생을 고양이 대신 등장시켜 왜 이런 에피소드가 전개되었는지를 미스테리 기법을 사용하여 밝혀내는 구조를 가진 작품입니다. 미스테리식 원본 다시보기정도 일까요? 작품평에 앞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나츠메 소세키와 이 작품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를 쓴 야나키 코지에 대해 잠깐 알아볼 필요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나츠메 소세키는 생각보다 일본에서 유명한 작가입니다. 우리나라가 무척 어려웠던 시기인 1867~1916년까지 살았던 소설가인데 당시 일본의 문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작가로 특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상당한 센세이션을 일으킨 그의 대표작입니다. 현재 일본 지폐인 천엔짜리 모델이기도 하죠.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라 보면 될 듯 합니다. 야나기 코지는 유명한 문학작품이나 역사적 사건 혹은 실존인물을 소재로 미스테리를 쓰는 작가입니다. 요시마와 에이지 신인 문학상ㆍ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등을 두루 받았고, 국내에는 이 작품 외에도 <시튼동물기>에서 착안한 <시튼 탐정 동물기>가 출간되어 있습니다. 본작으로 들어와서 보면 작품 자체는 대개 편안한 일상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주제로 한 일상 미스테리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연쇄살인이나 끔찍한 범죄하고는 당췌 거리가 멀며, 그저 죽는다면 고양이 정도... 아니면 좀도둑 범인이나 쥐를 안잡는 이유 등 소재거리도 참 희한하다고 느낄 정도 입니다. 하지만 갑자기 편안하게 진행되다 마지막에는 나로 대변되는 서생의 본격 미스테리적인 날카로움에 허를 찔리기도 합니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메이지 유신 시대 일본의 사회를 조금이나마 이 작품을 통해서 엿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통과 서양문물이 충돌하는 시대에 사는 일본 지식인들의 괴짜같은 모습을 통해 모든 것이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일본인들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집니다. 부담없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미스테리가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