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수사 미도리의 책장 8
곤노 빈 지음, 이기웅 옮김 / 시작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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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본사회는 우리나라와 닮은 점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시기는 다르지만 두 나라 모두 고도의 경제성장을 겪었고, 급작스러운 사회의 변화 속에서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은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만 했습니다.

결국 이 사회는 소수의 엘리트가 다수의 대중을 이끄는 불합리한 구조로 정착되어가고 말죠. 그런데 아이러니칼 하게도 다수의 대중은 어떻게 해서든 소위 지도계층에 합류하기 위해 나름의 방법으로 안간힘을 씁니다. 어찌보면 민주주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신분상승을 위한 정당한 노력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피눈물 나는 현실이지만요.

곤노 빈의 <은폐수사>는 엄밀히 말해 미스테리 소설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이 소설의 관점은 사건이나 살인자가 아니라 류자키라는 전형적인 엘리트 경찰을 통해 고찰하는 일본사회(현재 자본주의 사회를 대변하는 듯 보이는)의 여러가지 모습에 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철저한 엘리트 의식에 얄미워 따귀한데 때려주고 싶을 정도지만 또 어찌보면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원칙을 고집하는 주인공 류자키의 모습이 블랙 코미디를 연상시킬 정도로 재미있기도 합니다.

즉 류자키는 초 엘리트 의식 + 원칙주의자의 꼴통 성격만 모은 이 시대에 멸종된 공룡과 같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의 원칙은 왠지 모르게 신선한 감동이 들어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원칙을 저버리는 세상에 대해 통렬히 일격을 날리는 한 방의 역설적인 모습이라고나 할까요? 

소설 내에서도 별종이라고 불리는 그가, 현실세계에서 과연 저런 사람이 있기나 할까 싶을 정도인 것은 당연하겠지만, 뭐니뭐니 해도 자신이 믿고 있는 소신을 사건이건 가정이건 끝까지 밀어붙이는 그의 모습 하나는 굉장히 당당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작품은 더욱 재미있었던 것 같구요.

미스테리를 좋아하는 분이나 좋아하시지 않는 분이나 이 책은 모두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작가 <곤노 빈>의 뛰어난 필력이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는 것입니다. 부담없이 류자키의 정신세계로 출발해 보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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