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베리의 마녀들 원더그라운드
존 코널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오픈하우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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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얼마전 시골길을 밤에 혼자 걸은 적이 있었습니다. 차를 타고 항상 지나다니던 길을 밤에 혼자 걸어가니 모든 사물들이 새삼 다른 느낌을 뿜어 냄을 느끼게 되더군요.

선선한 아침에는 시원스레 들릴 풀벌레 소리조차도 간담을 서늘케 만들 수 있다는 것, 아무리 문명이 발달하고 밤마다 이곳저곳 조명을 요란스레 켜놓아도 밤의 어둠과 그 속에 숨어있는 공포는 결코 몰아낼 수 없다는 것을 새삼 알게되었습니다.

<언더베리의 마녀들>은 인간의 내면의 공포에서부터 초자연, 심령에 이르기까지 호러와 관련한 소재를 집약하고 있는 호러 단편집입니다. 주로 사람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초자연적인 존재, 즉 유령이나 심령현상, 전통이 만들어낸 괴물 등으로 인해 빚어지는 사건을 꽤나 리얼한 필체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마치 이 작품들을 읽고 있으면 이러한 초자연적인 현상과 괴기스러운 일들이 우리 일상에 언제나 동아리를 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책장을 덮으면 이런 현상과 좀처럼 조우하기 힘든 현실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죠.

작가의 미려한 분위기 묘사와 우리가 문화 자체로도 이질감을 느끼는 서양의 이상한 관습이 어우러져 우리에게 색다른 공포를 제공합니다. 영화로 바로 만들어도 꽤 잘 만들어진 공포영화로 탄생할 수 있을 만큼 완성도 또한 뛰어납니다.

다만 넘쳐나는 공포물로 어지간해서는 간 떨어질 일이 없는 독자들한테는 약간 심심할 수도 있습니다. 이 단편집은 공포로 사람을 얼어붙게 만드는 데 중점을 두진 않았습니다. 벽 틈새나 바닥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공포감, 이 단편집의 핵심 모티브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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