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번째 밀실 작가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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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아리스가와 아리스나 아야츠지 유키토 같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자기 갈길을 가는 작가들이 좋습니다. "누가 뭐래도 나는 본격이다." 이들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이러한 작가들의 주장이 항상 작품 전반에 걸쳐 나타나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도 사람인 이상 자신들의 작품세계가 갖는 한계에 대한 고민이 없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특히 이들의 추구하는 본격 추리소설이야말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과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장르이고,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한 작품, 한 작품을 창작할 때마다 기존 작품과 차별화되고 더욱 발전된 트릭을 만들어내야 하기에 참으로 어려운 장르라 생각됩니다. 독자들은 문학성은 제쳐두고 이 트릭이 말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분석하고, 범인의 동기가 강하고 약하고를 따지기 때문이죠. 정말 힘든 장르임엔 틀림없습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장편 <46번째의 밀실>에서도 이러한 작가의 고민이 작중에서 밀실소설가의 대가인 미카베 세이치의 말 속에서 약간 보이는 듯 했습니다. 지상의 추리소설에서 천상의 추리소설을 쓰고 싶다... 이것은 책 속에서도 결론을 내리고 못하듯이 지극히 추상적인 바램일 뿐인지도 모르지만 본격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의 마음을 어느정도 대변하는 대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작가 후기에서 밝히듯 이 소설 <46번째 밀실>은 지극이 지상의 추리소설의 입장에서 썼다고 하며 작품의 한계를 토로하고 있기도 합니다. 저는 다만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언젠가 천상의 추리소설을 쓸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문학성과 트릭이 절묘하게 조합되면서도 우리의 기억에 오래남는 명작을 말입니다.

다시 작품으로 돌아와서 논한다면 <46번째 밀실>은 그야말로 밀실에 대한 찬가와 비난, 냉소, 호의 등 모든 것을 담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작품은 철저하게 밀실 트릭을 지향하는 소설의 형태를 띄고 있으니 이것 또한 묘한 아이러니입니다.

작품에 사용된 트릭은 역시나 기발하다고 느껴집니다. 그러나 기상천외하다고까지는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아마 트릭 매니아시라면 작품을 읽고 있는 도중에 이미 트릭을 간파할 수도 있을 정도의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범인은 굳이 트릭의 정체를 밝히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즉 본격 추리소설로서의 위치는 중간 정도. 그렇게 재미없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지 뛰어나지도 않고 딱 중간 정도의 수준입니다.

서두에도 말했지만 이 작품에서 흥미를 끄는 것은 본격 추리소설작가가 본격에 대해 어떠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진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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