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피 블랙 캣(Black Cat) 13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지음, 전주현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다 읽고 덮은 시간...밖에는 장맛비가 쉴새없이 내리고 있습니다. 오전 11시인데도 불구하고 집안에 불을 다 켜놓고 책상앞에 앉아 있자니, 왠지 아이슬란드에 있는 레이캬비크나 노르드미르, 후사비크 같은 지명이 떠오르며, 내가 그곳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곤 합니다.

저주받은 피... 이 작품의 제목이자 스토리 전체를 한 마디로 요약한 이 말처럼, 이 작품은 너무나도 슬프고, 가슴 아픈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은퇴한 노인이 살해된 단순한 살인사건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마지막 종착역에서는 눈물이 핑돌정도로 가슴아픈 이야기의 결말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작가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은 인생에서는 실패자이지만 뚝심의 형사반장 에를렌두르 시리즈를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일군 작가입니다. 그의 작품은 이른 바 경찰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총과 살인이 난무하는 미국이나 유럽의 작품과 그의 작품은 마치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그는 아이슬란드 인이고 그의 작품에 나오는 사건 모두 아이슬란드에서 일어나는 사건입니다.

유럽에서도 한참 떨어져 있는 외딴 섬나라...인구는 30만에 불과한 이 나라에서의 사건이라 해봤자 고작 단순 살인이나 마약범죄...작품에서도 아이슬란드식 사건 이라는 말이 자주 나올 정도로 고요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작가 아날루드는 이런 환경 속에서도 아이슬란드를 배경으로 하는 경찰 소설을 써서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작품을 다 읽은 지금, 저는 그가 성공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주받은 피>에서 그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범인이 누구이냐가 아닙니다. 왜 그러한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그리고 범인이 범죄를 일으키게 된 데까지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담담하게 기술해 나갈 뿐, 하지만 독자는 왠지 모르게 그의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고 맙니다.

주인공인 에를렌두르는 형사지만 무슨 명탐정도 아니고, 이혼남에 딸은 마약쟁이인 인생 자체가 별볼일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도 눈치재지 못한 인간적인 정의감으로 사건 해결을 위해 주력합니다. 그가 밝히고자 하는 것은 범인이 아닌, 바로 '진실'자체인 것입니다.

진실에 다가갈 수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장을 넘기고 싶은 충동과 넘기고 싶지 않은 충동 말입니다. 마지막까지 다 읽은 순간, 눈을 감고 생각했습니다. 이 소설은 참으로 가슴 아픈 스토리라고... 나의 가슴 속에는 안타까움이 마구 교차되고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정말 생소한 나라를 배경으로한 명작 미스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 내용을 떠나서도 색다른 문화를 접하는 설레임도 조금은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반드시 읽어봐야 할 명작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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