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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의 기사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작품 감상에 앞서 이 작가 <시마다 소지> 를 한번 탐구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오늘날 본격 미스테리 소설의 거장의 반열에 오르기 전, 그는 자유로운 영혼이었습니다. 기타를 치고, 운전을 하고, 시를 쓰고...그의 말 처럼 제대로 된 문학교육 한 번 받아보지 않았던 그가 어떻게 이렇게 유명한 작가가 될 수 있었을까요?
이제 겨우 그의 작품을 두 번째 접해본 것일 뿐인 얕은 지식이지만 한번 더듬어 생각해 보건대 그의 다양한 삶의 여정에서 묻어나오는 인간과 사물 그리고 기억에 대한 풍부한 자료와 그 자료를 술술 뽑아내는 그의 열린사고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방의 기사>는 명탐정이자 점성술사인 미타라이 기요시와 명콤비 이시오카의 첫 만남을 그린 작품으로 작가 <시마다 소지>의 처녀작아닌 처녀작입니다. 작가의 말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작품을 처음 썼지만 출간을 하지 않고, 출간 처녀작은 그 유명한 <점성술 살인사건>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무려 9년 후에 작가의 서랍안에 묵혀 두었던 이 작품을 다시 보완해 출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작품 역시 빛을 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셈입니다.
하지만 작가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이 소설이 늦게 출간된 타이밍은 참으로 적절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이 처음 출간되었다면 과연 성공을 거두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작품 자체가 재미가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작품(특히 일본 미스테리계에서)이 쏟아지는 현실 속에서 자칫 이 작품은 묻혀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지 않았을까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나중에 출간되다보니 유명 작가의 작품이고, 명콤비의 첫 만남이니 하는 것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을 테고 읽어보니 재밌다고들 느끼지 않았을까. 그래서 이 작품은 현재 시마다 소지의 작품 중 <점성술 살인사건>도 따돌릴 정도의 인기를 구가하게 된 것이리라 봅니다.
개인적으로 봐서는 이 작품이 재미있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점성술 살인사건>을 뛰어넘는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 작품의 의의는 일단 미타라이 팬들의 알 권리를 충족한다는 것에 있다고 봅니다. 게다가 이 작품은 본격 미스테리라고 보기엔 약간 무리가 있습니다.
추리라기 보다는 약간 스릴러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작풍이라 진실이 밝혀지는 후반부는 눈을 떼기 힘들 정도의 가독성도 있습니다. 본격 추리라고 보기에는 다소 성격이 다른 작품으로 작가가 개작을 했다고 하지만 초기의 느낌이랄까, 이런 것이 많이 배여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