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관계 사립탐정 켄지&제나로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켄지와 제나로는 현존하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한명인 데니스 루헤인이 창조한 참으로 이상한 커플 탐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 해머' 처럼 막장 폭력 탐정도 아니고, '포와로'나 '파일로 밴스'처럼 지적인 추리력이 강한 것도 아니죠. 정의감이 있지만 우리 평범한 사람들이 느끼는 정의감과는 거리가 많고, 법 어기기는 밥 먹듯(이 점에서는 마이크 해머하고 많이 닮았긴 하네요). 굳이 정리하자면 힘이 센 것도 아니고,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투철한 정의감으로 무장된 것도 아닙니다.

불법은 불법으로 응수한다는 통쾌함이 있지만 언제나 그들 역시 어긋난 사회가 만들어낸 괴상한 창조물이라는 점에서는 범죄자들과 특히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폭력에는 더한 폭력으로 응징하는 두 사람. 이 둘의 성장과정에 많은 영향을 끼친 사회의 모순이 다행스럽게도 이들만은 괴물이 아닌 탐정을 만들었다고 한 숨 돌려야 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의 친구들은 다 괴물급 범죄자들입니다. 부바 아시죠^^) 그래서 이 커플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켄지&제나로 시리즈를 보면(이제 2권 봤을 뿐이지만) 시리즈의 주제가 바로 미국 사회의 정신적 균열이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나마 다행이기도 하면서 아쉽기도 한 것은 이 작품 <신성한 관계>는 바로 전에 읽었던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보다 더욱 편안하게 읽어 내려갈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정말 가슴 깊숙이 울리는 경종을 들을 만큼 현대 사회의 모순과 아픔을 느끼진 않아도 되어서 좋았고, 보다 탐정물에 가까운(왠지 유명 남녀배우가 주연을 맞은 탐정영화가 생각날 정도로) 내용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페이지를 넘길 수가 있었습니다. 전작에서 너무 많은 충격을 선물했기에 이번에는 좀 쉬어가라는 작가의 배려일까요?

좀더 유쾌해졌기에 필연적으로 가벼움이 더해진 것도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긴장감은 확실히 덜 하다고 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왠지 두 사람은 절대 안 죽을 것 같은 확신(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때문에 별로 걱정이 안되는 결말은 제가 읽은 데니스 루헤인의 과거 두 작품(살인자들의 섬과 어둠이여 내손을 잡아라)과 비교했을 때 무게감이 다소 떨어지는 것 같네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보다 세련되어진 작품입니다. 
혹자는 이러한 변화에 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긋난 사회가 창조해낸 괴물들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극복하고, 진실을 파헤치는 켄지와 제나로의 좌충우돌 행동을 보는 재미도 솔솔하구요. 하지만 작가의 본래 작풍을 잘 아는 독자들은 다소 생소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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