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락성 살인사건 성 시리즈 1
키타야마 타케쿠니 지음, 김해용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한때 제패니메이션에 흠취한 적이 있었습니다. 나의 청소년 및 청년기에 일본은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게임 등 전반에 걸쳐 아시아 선두주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용산일대를 돌아다니며 애니메이션 CD를 사모으며 애니메이션 보는 낙에 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일본 드라마나 영화, 애니메이션을 보면 재미가 없습니다. '과연 왜 그럴까' 생각을 많이 해봅니다. 일단은 우리나라 드라마나 영화가 과거에 비해 작품성이나 재미가 월등해 졌다는데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다보니 일본 애니메이션의 쿨하면서도 굉장히 복잡한 세기말적인 세계관이 더 이상 멋져보이지가 않았습니다. 복잡하기만 할 뿐...청소년기에 매력적이었던 그 세상은 이제 애기 아빠의 눈에는 그저 인간이 지어낸 또 하나의 상상일 뿐이다라는 생각만 들었던 것 같습니다.

왜 이리 서론이 길어 졌을까요^^ 그것은 이 작품이 바로 과거 열광했던 애니메이션의 분위기와 매우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애니메이션 극장판을 보는 듯한 분위기, 거기에 함축되어 있는 추리코드가 나름대로 본격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기에 추리소설의 장르로 분류하는게 맞겠지만 아무래도 이 작품은 일본 작품들이 집착해 마지 않는 멸망해 가는 세기말의 분위기를 잘 살린 SF소설이라 해도 무리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작가의 시도는 무척이나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의 배경은 무려 지구의 멸망까지 한달도 채 안남은 시기입니다. 정부도 경찰도 없고 지구를 구한다는 목적은 같지만 서로 방법은 다른 SEEM과 11인 위원회가 대립하는 혼돈의 세상...그리고 그 한달도 안남은 시점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미키와 나미는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합니다.

말 그대로 설정이 재밌습니다. 작품에도 나오지만 어차피 머지 않아 다 죽을텐데 살인사건을 해결하면 뭐 하나하는 것도 그렇고, 얼마남지 않은 세상의 종말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엿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작가의 기발한 구상에 우선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트릭에 승부를 거는 작가의 마음가짐도 고맙습니다. 이른바 본격의 정수를 보여주는 물리적인 트릭을 구사하는데  여느 작품과 견주어도 굳이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이 부분이 없었거나 설득력이 약했다면 당연 이 작품은 읽을 가치가 없었겠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소 맘에 안드는 부분이 있다면 이 작품에서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나오는 작품 전체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바로 약간 말이 안되어 보이는 변태적인 설정이라고나 할까요? 굳이...꼭 그렇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종합하자면 추리소설 매니아라면 꼭 읽어봐야 할 수작입니다. 하지만 자녀를 가진 독자라면 아이들 키가 닿지 않는 곳에 책을 꽂아 놓으시는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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